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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마주 앉은 한일 재계, 관계개선 마중물 되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04 18:13

수정 2022.07.04 18:13

전경련과 경단련 공동선언
민간 경제단체가 교류 물꼬
허창수(왼쪽)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과 도쿠라 마사카즈 일본 경제단체연합회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 29회 한일재계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허창수(왼쪽)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과 도쿠라 마사카즈 일본 경제단체연합회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 29회 한일재계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과 일본의 재계가 4일 서울에서 3년 만에 만나 양국의 관계개선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는 이를 위해 상호 수출규제 폐지, 인적교류 확대를 위한 비자면제 프로그램 부활 등을 골자로 한 8개항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내년엔 회의를 도쿄에서 개최하는 것도 합의했다. 꽉 막혔던 한일 관계가 민간 경제단체의 교류로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내디뎠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두 경제단체의 교류는 1982년 양국 경제계 협력 차원에서 시작됐다. 이듬해인 1983년부터 정례적으로 회의를 열었지만, 코로나19와 여러 정치상황으로 2020년과 2021년 연속으로 열리지 못했다. 한일 관계는 지난 2018년 우리 대법원이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내린 이후 극한의 대립상태를 이어왔다. 일본 정부는 2019년 7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에 대한 수출규제에 나섰다. 한국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카드로 대응했다. 미국의 중재로 지소미아 파기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냉랭한 관계는 문재인 정부 내내 지속됐다.

냉각이 서로에게 득이 된 것이 없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정치싸움에 경제만 손실을 입었다. 전경련에 따르면 양국 교역규모는 20조원가량 줄었고, 소부장에 대한 대일 수입의존도 하락은 미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코로나까지 겹쳐 무비자 입국제도가 중단되면서 한일 상호 방문객은 2018년 1050만명에서 지난해 3만여명으로 급감했다. 관광업과 관련 분야까지 두루 치명타를 입었다.

한일 관계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은 가운데 경제계가 이를 적극 기회로 삼은 것은 백번 잘한 일이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양국 관계개선에 뜻을 모았다. 과거사 문제는 앞으로 적절한 후속 기구와 추가 협의를 통해 최선의 해법을 찾는 게 순리다. 때맞춰 서울과 도쿄를 잇는 김포~하네다 공항의 항공기 운항도 재개돼 새로운 물꼬로 작용할 법하다.

한일 기업들이 서로 얼굴을 붉히며 벽을 쌓을 이유는 전혀 없다. 더욱이 미국과 중국의 패권싸움에 이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공급망은 새로운 구도로 급변 중이다. 신냉전 체제에서 한일 간 협력은 서로에게 절실한 일이다. 새 돌파구를 찾기 위해 기업인들이 고군분투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일본을 수차례 오가며 교류의 발판을 다졌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이날 회의 개회사에서 "코로나가 막바지인 것처럼 얼어붙은 한일 관계도 숨통이 열리는 것 같다"며 "1998년 한일공동선언(일명 '김대중·오부치 선언') 정신을 업그레이드하자"고 했다. 통화스와프 재개 등 한일 양국이 향후 복원해야 할 현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재계가 열린 창구의 앞에 서기 바란다. 정부는 이를 도와 협력의 길을 가야 한다.
그게 윈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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