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31년만에 처음으로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치솟는 에너지 가격과 세계 경기둔화가 주범이다.
독일 정부는 경제가 역사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독일 연방통계청은 4일(이하 현지시간) 수입은 늘고, 수출은 감소하면서 5월 9억유로(약 1조2000억원) 무역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991년 이후 31년만에 첫 무역적자다.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인해 수입은 전월비 2.7% 증가한 1267억유로, 수출은 0.5% 감소한 1258억유로를 기록했다.
세계 경기 둔화 흐름 속에 수출마저 감소하며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다.
독일을 유럽 최대 경제국으로 이끈 제조업체들의 수출 성장 엔진이 식고 있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독일 경제가 '역사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번 위기는 몇 달 안에 사라질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숄츠 총리는 러시아가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모든 것이 변했고, 공급망은 여전히 팬데믹 충격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한 서방의 러시아 경제제재가 독일 교역에 부메랑이 됐고,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역시 독일 수출품에 대한 수요 둔화를 불렀다.
이날 숄츠 총리를 만난 독일 재계단체 '독일 고용주협회 연맹' 회장인 라이너 둘게르는 독일이 "통일 이후 최대의 경제·사회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면서 "앞으로 수년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비관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 경험했던 지속적인 경제성장은 더 이상 당연한 것으로 간주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의 클라우스 비스테슨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 가격 폭등에 따른) 수입 폭증으로 인해 독일의 무역흑자가 사라졌다"면서 "수입이 치솟지만 않았다면 수출 둔화 모멘텀은 상쇄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스테슨은 올 여름 내내 독일이 무역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독일은 최대 교역상대인 유럽연합(EU)과 교역에서 5월 수출이 2.8% 감소한 반면 수입은 2.5% 늘었다.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은 각각 5.7%, 0.5% 증가했지만 영국 수출은 2.5% 줄었다.
ING의 거시리서치 책임자 카스텐 버제스키는 "과거에는 독일이 강력한 수출에 의지해 늘 경제를 되살릴 수 있었지만 4일 통계로 보면 앞으로 최소 2년 동안은 무역수지가 성장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버제스키는 이같은 판단을 토대로 독일과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경제가 올해 안에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에너지·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독일의 5월 수입물가는 1년 전보다 30% 넘게 폭등했다.
반면 독일 수출 가격은 절반 수준인 약 16% 오르는데 그쳤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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