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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대통령 일일회견, 과유불급이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05 18:10

수정 2022.07.05 18:10

[서초포럼] 대통령 일일회견, 과유불급이다
"대통령님. 유럽의 파트너들에게 무슨 말씀을 하실 건가요?" "그들이 있는 데서 해야 할 말을 분명히 할 겁니다. 하지만 (무슨 말을 했는지는) 돌아와서 여러분에게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3월 23일(현지시간) 마린원 헬기 탑승을 위해 집무실을 나온 조 바이든 대통령이 기다리던 기자들과 주고받은 문답이다. 백악관에 거주하는 미국 대통령들은 이처럼 외부로 드나드는 기회에 기자들과 간단한 대화를 나눈다. 백악관 홈페이지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간략한 언급(Remarks)'이라는 제목하에 이를 별도로 갈무리해 놓고 있다. 기자들은 '스프레이(spray)' 혹은 '스테이크아웃(stakeouts)'으로 부른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세어 보니 총 18회, 평균 한 달에 한 번 정도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우리도 이젠 이런 광경이 낯설지 않게 되었다. 거의 매일 출근길 대통령이 기자들 앞에 서서 질문에 답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도어스테핑(door-stepping)'이라는 말이 이제 국민에게도 친숙한 단어가 되었을 정도다. 잘못된 영어라는 비판도 있지만 용어가 문제겠는가. 기자회견이 연례행사였던 과거 대통령에 비해 대통령의 육성이 매일 아침 국민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파격적인 모습은 분명 신선하다.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고 한 윤 대통령의 말이 실천에 옮겨지는 현장은 높이 평가해 마땅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언론 노출은 신선하고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나 감정적 언사가 그대로 드러나는 정도는 인간적인 면모로 보아 줄 수도 있다. 검찰 출신 인사가 너무 많다는 지적에 대해 "옛날엔 민변이 아주 도배하지 않았나"라는 발언이나, 김건희 여사를 보좌할 조직 필요성과 관련, "대통령은 처음이라, 어떻게 방법을 좀 알려주시죠" 등의 어록이 그것이다.

문제는 숙성이 덜 되었거나 부처 간 조정을 거치며 걸러질 수도 있는 사안에 대해 대통령의 심중이 먼저 여과 없이 드러나는 경우에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표한 '주52시간 근로제 개편안'에 대해 다음 날 윤 대통령은 "보고를 받지 못했다, 아직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경찰의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과 관련해서는 "아주 중대한 국기문란, 아니면 어이없는, 공무원으로서 할 수 없는 과오"라고 질타하는 일도 있었다. 부처 간 소통이 매끄럽지 못한 사안이거나 민정수석 폐지 등 국정운영 체제가 바뀌면서 생길 수도 있는 문제를 대통령이 오히려 확대시킨 게 아니었나 싶다.

대통령의 말은 일단 최종적이다. 대통령의 언급을 대변인이나 각 분야 참모들이 되돌리기는 어렵다. 언론이 대통령 외에 다른 관계자들의 말에 무게를 둘 리도 만무하다. 장관이나 수석 등 참모들의 위상이 왜소해질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지만 이른바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혹은 약식 회견은 새로운 소통형식으로 긍정적이다. 하지만 매일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날 필요는 없다. 미국 대통령을 모델로 하라는 말은 아니지만 일일 약식 회견 대신 정기적으로 기자실에 들러 제대로 된 만남을 가지면 된다.
시급한 현안이 있을 경우 도어스테핑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과유불급이란 말은 이런 경우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이제는 잠시 숨을 고르고 일일 약식 회견 등 새로운 국정운영 방식을 재평가해 볼 때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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