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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쪼그라든 외환보유액, 도사린 위기의 징후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05 18:10

수정 2022.07.05 18:10

물가·환율·무역 연일 빨간불
통화스와프로 선제 대응해야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6월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382억로 한달새 94억달러가 감소했다. /사진=뉴스1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6월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382억로 한달새 94억달러가 감소했다. /사진=뉴스1
외환보유액이 한달 새 94억달러나 쪼그라들었다. 5일 한국은행은 지난달 말 우리 외환보유액이 이같이 줄어 총액은 4382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정도 감소폭은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11월 이후 13년6개월 만에 최대치다. 지난달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급등, 1300원을 넘어서면서 외환당국이 적극 환율방어에 나선 여파라는 것이 한은측 설명이다.

외환보유액 감소가 지난달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3월부터 4개월 연속으로 줄었고, 이 기간 234억90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단기간에 이 정도로 크게 줄어든 현상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총액 규모는 세계 9위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한 적정 보유액 기준은 맞추지 못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이미 IMF 권고 수치 아래로 내려갔다. 지금 추세라면 올해는 더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대내외 경제여건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엄혹한 상황의 연속이다. 최근 일본 노무라증권은 3·4분기 한국 국내총생산(GDP)이 2.2% 감소하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1년 내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무라증권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주요 7개국 주식시장에서 대규모 자본유출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내놨다. 증시가 빠지고 환율은 오르면서 성장이 후퇴하는데, 물가는 고삐가 풀렸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결국 6.0%를 찍었다. 24년 만에 최고였다.

미국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속 고물가)뿐 아니라 더블딥(이중침체) 경고음까지 나왔다. 장기 침체와 경착륙 우려가 연일 쏟아진다. 이 암울한 전망은 대외변수에 극도로 취약한 우리 경제에 치명타다. 상반기 역대급 적자를 기록한 무역수지는 더 위협받을 수 있다. 수출은 벌써 빨간불이 들어왔다. 무역적자가 만성화 조짐을 보이면서 경상수지도 불안한데, 재정적자는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 있다. 전에 없던 '쌍둥이 적자'에 외환보유액까지 흔들리면 우리 경제의 방파제가 무너지는 격이다. 신용도 하락, 환율 급등, 자본 이탈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지금의 위기 징후들을 가볍게 봐선 결코 안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심각한 물가충격을 언급하며 "매주 비상경제 민생회의를 직접 주재하겠다"고 밝혔다. 중요한 건 빠른 실행력이다. 과감한 구조개혁으로 경제체력부터 길러야 한다. 경제계가 최근 건의한 규제혁신 100대 과제는 조항마다 시급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인공지능, 바이오 등 신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대못들을 속히 뽑아야 수출 돌파구도 생긴다.

출렁이는 외환시장 안전판으로 통화스와프만 한 게 없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달러화 마이너스통장'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이달 방한일정이 잡혀 있다. 이를 기회로 통화스와프 재개 논의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일본과의 관계개선과 함께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초유의 복합위기다.
선제대응만이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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