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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과도한 불안심리가 경제 망친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06 18:11

수정 2022.07.06 18:11

[fn광장] 과도한 불안심리가 경제 망친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6.0%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았다. 석유 등 원자재와 곡물 가격 상승이 공업제품뿐 아니라 개인서비스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7월 초 기준으로 국제 원유가격(두바이유)은 전년동월 대비 45.3% 상승했고, 국제 밀 가격은 27.2% 뛰었다. 원·달러 환율도 1130원에서 1300원으로 상승해 수입물가를 압박하고 있는 모습이어서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비용상승(cost push) 성격이 강하다.

세계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낮은 원자재 가격과 안정된 국제 금융시장 기조하에 초호황을 지속했다. 우리 경제도 성장률은 하향했으나 비교적 견조했고,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도 무난히 극복하는 듯했다.
최근 세계 경제 혼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와 미국의 빠른 금리인상으로 직간접적 타격을 받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휴전되어도 미·중 패권경쟁 심화로 국제 교역량은 둔화 가능성이 있다.

경제침체론이 고개를 들자 국제 원자재 가격 등은 다소 안정세로 돌아서고 있다. 원유 가격만 해도 전 고점에 비해서는 10달러나 하락했고, 국제 밀 가격도 전 고점에 비해서는 하락했다. 환율도 달러당 1300원 선에서 강하게 저항을 받고 있다. 일부 성급한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운운하지만 5월 기준 외환보유액은 4477억달러를 기록하고 있어 상반기 103억달러 무역수지 적자에도 당분간 걱정할 것이 못 된다. 금리가 상승하고 있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104.3%에 이르는 2000조원 상당의 가계부채가 걱정되긴 하나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과도한 불안심리가 소비와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할 수 있지만, 손님이 늘어나 음식점이 붐비고 차량운행이 증가해 교통체증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 아직은 심각한 단계는 아니다.

경제당국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을 우려하고 있으나 너무 과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 자체가 경제를 침체로 몰고 가는 것은 아니다. 최근 2023년 최저임금이 금년 대비 5.0% 상승한 9620원으로 결정돼 임금상승이 물가상승을 연쇄적으로 유발하지 않을까 염려하지만 6월의 물가상승률이 6%임을 감안하면 5%의 내년도 최저임금 상승률이 과도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다만 경제가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물가안정이 중요한 만큼 물가상승-임금상승-물가상승-임금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빠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은 필요하다.

금년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있어 글로벌 경제위기의 진원지라고 할 수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국의 금리인상 의지도 경기침체를 방임할 만큼 강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금융당국이 앞장서서 빅스텝으로 갈 필요성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지만 유가인상과 금리인상의 상승 흐름을 타고 정유사와 금융기관들이 영업이익을 급속히 늘리는 것은 누가 봐도 볼썽사납다.
그리고 유가상승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유류세 일괄 하향조정 결과 고유가 상황 속에서 국내 유류 소비량이 오히려 늘어나는 현상은 무역수지 방어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이 지난 정부가 전가한 것이라 해도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을 이 시기에 높이는 것은 그 폭이 크고 작음을 떠나서 물가불안 심리를 가중시킬 수 있다.
가계·기업·정부 모두가 대한민국 경제공동체의 정상화를 위해 힘을 합할 때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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