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한국의 파브르'라 불리는 정부희 우리곤충연구소 소장은 책 '벌레를 사랑하는 기분'에서 곤충에 대해 쉽고도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작은 생명체들이 살고 있는 숨겨진 세상을 조명한다. 저자는 곤충들이 주로 먹는 식물이 정해져 있어 남의 밥상을 탐내지 않는다는 점을 소개하고, 비슷비슷해 보이는 애벌레가 저마다 탈피와 번데기 과정을 거쳐 개성 있는 생김새로 성장하는 과정 등을 전한다.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 곤충들을 다른 시선으로도 보게 한다.
저자는 꼽등이가 실은 얼마나 지구에 유익한 곤충인지,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매미에게 어떤 슬픈 사연이 숨어 있는지, 살충제로 처리하기 바쁜 하루살이는 주어진 생을 얼마나 성실히 살아내는지를 알려준다.
제목에 '곤충'이 아니라 '벌레'를 쓴 것은 저자가 연구하는 곤충들이 정말로 딱정벌레, 버섯벌레 등 벌레로 불리기 때문이다.
벌레는 곤충뿐 아니라 다리가 아주 많거나 다리가 없는 작은 생명들도 포함한다. 따라서 우리가 곤충을 벌레로 통칭해 부르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여기에는 징그럽다는 뜻이 숨어 있기도 하다. 그러나 벌레를 '사랑하는 기분'으로 바라보면 이전과는 다른 세상이 열린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익충과 해충의 구분이 얼마나 부실하고 즉흥적이며 인간 중심적인 논리 위에 서 있는 이야기인지 알게 된다. 또한 무시무시한 침입자로만 느껴졌던 외래 곤충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건너와 매 순간 목숨을 내놓고 살아가는 안쓰러운 존재로 보게 된다.
애벌레 또한 어른벌레가 되기 위해 견디는 것으로 보이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의 관점일 뿐 애벌레 시기가 곤충의 '전성기'일지 모른다는 이야기도 놀랍게 다가온다.
엄마와 아내로 살다가 마흔 살에 다시 공부에 뛰어들어 버섯살이 곤충 연구자로 우뚝 선 저자는 벌레가 징그럽거나 무섭지도 않지만, 마냥 예쁘거나 감동적으로 느끼지는 않는다고 고백한다. 늘 곁에 있는 공기에 대해 호불호를 느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 벌레를 사랑하는 기분 / 정부희 지음 / 동녘 /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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