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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그린 택소노미 유럽 의회 승인 의미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07 18:07

수정 2022.07.07 18:07

[fn광장] 그린 택소노미 유럽 의회 승인 의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은 탄소중립으로 대별되는 기후변화가 글로벌 경제질서로 자리 잡게 했다. 세계는 풍력, 태양광, 수소에 열광했다. 그런 세상도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기 마련인 것 같다. 그린플레이션의 영향이었을까. 2021년부터 탄소중립으로 대표되는 친환경정책은 원자재 가격상승을 불러왔다. 인류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이 역설적으로 인플레이션의 도화선이 되었다.

천연가스 가격 폭등과 함께 치솟은 전력 가격은 서민의 불만을 야기했다.
원자력발전이 저렴하고 안정적이고 독립적 에너지원이라는 주장이 프랑스를 필두로 제기되었다. 기후변화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탄소배출이 없는 원전이 필요하다는 제언은 인플레이션 앞에서 설득력을 얻었다. 그래서였나. 친환경 경제활동 분류체계인 그린 택소노미에 원전과 천연가스를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유럽 집행부는 작년 12월 이를 받아들였다. 물론 조건이 달렸다.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계획, 자금과 부지가 있는 원전투자만 그린투자로 분류한다. 신규 원전은 2045년 전에 건축허가를 받아야 한다. 천연가스발전소에 대한 투자는 전력 1킬로와트시(kwh)를 생산할 때 나오는 온실가스가 270g 미만이고, 화석연료발전소를 대체하며, 2030년 말까지 건축허가를 받은 경우여야 한다.

그린 택소노미가 왜 중요할까. 택소노미가 규정한 녹색경제활동으로 분류되면 다양한 금융혜택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녹색채권, 녹색기금과 같은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다. 원전이 유럽 '녹색금융' 투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을 운용하는 데 있어 금융기관의 투자지침으로도 활용될 수도 있다. 정부는 2021년 10월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0% 감축'을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로 확정한 바 있다.

문제는 감축목표 달성 구성항목이 비현실적이란 점이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30.2%로 확대한다는 부분은 재생에너지 100(Renewable Energy 100·RE100)을 감안하더라도 무리수다. 집행위의 견해에 유럽의회의 반대가 있었지만 7월 6일 유럽의회는 천연가스와 원자력 발전을 지속가능한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EU 27개 회원국 중 20개국이 거부하지 않는다면 집행위에서 결정된 택소노미는 내년 1월 1일 시행된다. 탈탄소가 목표라면 원전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재생에너지가 주 에너지원이 되는 전환 과정에서 과도기적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업이 RE100 달성을 위해서는 모든 에너지원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 하기에 부담이 크고 현실성도 낮다.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과 같은 우리 실정에 맞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원전강국의 면모를 찾고 소형, 초소형원전(SMR) 개발과 상용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RE100을 넘어 CF(Carbon-Free·무탄소) 100으로 가는 게 더 현실적이다. CF100은 구글과 유엔 에너지, 유엔 산하 지속가능에너지기구 등이 함께 만든 캠페인이다.
RE100을 포괄하는 더 큰 개념으로 원자력발전과 연료전지를 포함할 수 있다. 이제 지역에 맞는 현실적 에너지 실증 파크 조성으로 새로운 일자리와 신성장동력 발굴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 산학협력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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