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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서훈 고발' 후폭풍… 신구정권 '자존심 치킨게임'

전민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07 18:29

수정 2022.07.07 18:29

與野 정치보복 공방 대치
대통령실 "중대 국가범죄"
野서해피격TF 국방부 방문
"기밀삭제 공개가 보안사고"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서해 공무원 사망사건 TF 단장이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서해 공무원 사망사건 TF 4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서해 공무원 사망사건 TF 단장이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서해 공무원 사망사건 TF 4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국가정보원이 문재인 정부 시절 국정원 수장을 지낸 박지원·서훈 전 원장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하루만에 정국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이 각각 연계된 것으로, 두 사안 모두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이 신구 정권의 자존심을 건 치킨게임 양상으로 불길이 번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정원이 박 전 원장의 정보 관리 권한을 착각한 가운데 고발을 진행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국정원과 국방부 두 기관의 자존심 대결로 전선이 확전되고 있다.

■ 野 "정치행위" 朴 "바보짓 안해"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야권은 전날 국정원의 고발 조치에 거세게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국정원이 정치활동을 시작했고 이는 정치 보복의 일환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사실상 전 정권 죽이기에 국정원이 나섰다는 것이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T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건 명백한 정치행위"라며 "그 끝에는 NSC, 그 다음에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한 번에 물고 들어가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당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태스크포스(TF) 소속인 윤건영 의원도 "오직 불순한 정치적 의도만 가득 찬 정치 공세"라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은 국정원의 고발 시점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청와대 인서비서관의 부인인 민간인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에 동행하면서 '비선 의혹'이 불거진 시점에 이를 덮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박 전 원장은 지난 2020년 서해 공무원 피격 당시 '첩보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박 전 원장이 '월북' 가능성과 배치되는 내용을 보고서에서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여권의 주장이다.

박 전 원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CBS라디오에 출연해 "SI 문서를 국정원이 생산하지 않고 공유할 뿐이다. 몇 페이지 되는 문건을 본 적도 없고 봤다고 하더라도 (삭제를) 지시할 바보 국정원장 박지원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국정원에서는 삭제를 해도 서버에 기록이 남고 원본을 삭제하는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대통령실 "사실이면 국가범죄"

검찰이 고발사건 접수 하루 만에 두 사안을 각각 수사팀에 배당하고 속도를 내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국정원 주장이 사실이라면 '국가범죄'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서울 용산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두 사건에 윤석열 정부가 주목하는 이유는 반인권·반인륜적이기 때문"이라며 "월북이란 프레임을 국가가 씌우려 했다거나, 북한 입장을 먼저 고려해 대한민국으로 넘어온 분의 인권이 침해받았다면 굉장히 중대한 국가범죄"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사안이 단순 정치권 공방에 그치지 않고 정국의 블랙홀이 될 조짐도 보인다. 국정원이 박 전 원장의 권한을 착각한 채 고발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민주당 TF소속 김병주 의원은 국방부를 방문한 후 기자들과 만나 "기술적으로 군사정보통합체계(밈스)의 정보를 탑재한 합참에서만 삭제가 되고 그 첩보와 정보에 대해 국정원에서는 삭제가 되지 않는다. 국정원에 나가 있는 밈스도 국방부에서 운영한 밈스 체계"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도 이번 사태를 중대한 보안 사고로 보고 자체 조사를 예고했다.
국정원도 조사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국정원은 입장문을 내고 "밈스에 탑재돼 있거나 이를 통해 관리·유통되는 문건을 삭제한 혐의로 박 전 원장을 고발한 것이 아니며 고발 내용은 이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야권의 '기밀 유출' 지적도 부인했는데, 강대강 대치를 예고한 셈이다.

ming@fnnews.com 전민경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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