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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모래 배터리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10 18:47

수정 2022.07.10 18:47

핀란드에서 설치된 모래 배터리. /사진=폴라나이트에너지 홈페이지
핀란드에서 설치된 모래 배터리. /사진=폴라나이트에너지 홈페이지
전기에 대한 최초 기록은 고대 그리스 문헌에 나온다. "보석 호박을 문지르면 먼지나 머리카락이 끌려올 수 있다." 말하자면 정전기가 생길 수 있는 원리다.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가 이를 처음 발견했다. 고대 그리스어로 호박을 뜻하는 단어가 '엘렉트론(electron)'이다. 전기(일렉트리시티·electricity)의 어원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전기를 저장하는 장치도 이 시절 있었다. 독일 고고학자 빌헬름 쾨니히는 1932년 이라크 바그다드 근교에서 항아리 하나를 발굴했다. 높이 14㎝, 직경 8㎝의 항아리 안엔 원통형 구리판이 들어 있고, 그속에 녹슨 철 막대기가 꽂혀 있었다. 학자들은 실험을 통해 전압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2000년 전 고대인의 전지(배터리)가 복원된 것이다.

18세기 미국의 벤저민 프랭클린은 연을 날려 벼락이 전기인 것을 증명했다. 이탈리아의 루이지 갈바니는 개구리 뒷다리 실험을 통해 '동물 전기'를 발견했다. 이를 기반으로 1800년 이탈리아 물리학자 알렉산드로 볼타가 세계 최초로 지속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전지를 발명했다. 은판과 아연판, 소금물에 적신 판지를 겹겹이 쌓아 전류가 흐르게 했다. 이것이 볼타전지다. 충전이 가능한 이차전지는 1860년 프랑스의 가스통 플랑테가 발명한 납축전지가 시초다.

배터리는 지금까지도 눈부신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모래를 이용한 에너지저장장치 '모래 배터리'가 최근 핀란드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화됐다. 이 배터리는 높이 7m, 폭 4m인 철제 컨테이너에 모래 100t을 담은 형태다. 뜨겁게 데워진 공기가 모래를 통과하는 관을 돌면서 모래를 500∼600도까지 달군다.
모래에 저장된 열에너지는 일정 기간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다. 배터리 제작사는 장기적으로 모래 배터리가 리튬이온 충전 배터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희귀하고 값비싼 재료 리튬을 모래가 대신할 날이 과연 올 것인가. 혁신과 기술에 달린 일이다.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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