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는 보통 낮에 폭염(33도 이상)을 겪은 뒤 밤 사이 기온도 25도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아 발생하는 현상으로 국내에선 주로 7~8월 관측되지만 올해에는 서울에서 기록상 처음으로 '6월 열대야'가 발생했다.
10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과 차동현 교수 연구팀은 1979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 일 최저기온 관측 자료를 토대로 국내 열대야 발생 배경과 변화 원인 등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수도권을 중심으로 밤중 무더위가 수십 년째 심해지고 서울 등 수도권은 열대야 빈도·강도·기간 측면에서 다른 지역보다 증가세가 더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에선 '전날 폭염을 동반하지 않은 열대야'가 1979~1999년 총 80일에서 2000~2018년 134일로 67.5% 늘었다.
그간 낮에 최고기온이 33도 이상 올라가는 폭염이 발생하면 그 열기가 밤중에 대기권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밤 최저기온이 25도를 웃돌아 발생하는 게 열대야라고 여겨져 왔다. 그런데 수도권에서는 폭염을 겪지 않았는데 열대야가 점점 자주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폭염 없는 열대야의 원인으로는 '구름'과 '북태평양고기압', '열섬 현상' 등을 꼽았다.
특히 '전날 폭염을 동반치 않은 열대야'가 나타났을 때 기상을 분석해보니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가 수도권에 자리해 우리나라에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불어올 때가 많았다.
구름이 많아지면서 밤 사이 지표면 열이 대기권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막고 이어 북태평양 고기압이 덥고 습한 공기를 계속 공급하는 가운데 도심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건물은 열을 흡수하지 못하며 그대로 방출해 더위를 증폭시키는 것이다.
연구팀은 '폭염 없는 열대야'의 주범으로 꼽히는 구름 역시 지구온난화 여파라고 분석했다. 구름은 하늘과 땅 사이에서 일종의 '이불 효과'를 내며 낮엔 햇볕을 가려 폭염을 막고 반대로 밤에는 열이 대기권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방해해 열대야를 촉발시킨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서해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면서 바다 위 대기 중 수증기 양도 늘어 구름이 많아졌다.
서해 연평균 해수면 온도는 1968년 14.4℃에서 2020년 15.3℃로 올랐다.
연구팀은 "수도권에 전날 폭염을 동반하지 않은 열대야가 발생했을 때 수도권을 비롯한 한반도 북부 지역 상공에 평균적으로 구름 양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1990년대 이후 급격한 수도권 도시화도 열섬효과를 유발해 열대야를 늘렸을 수 있다"라며 "다른 지역보다 수도권에서 열대야가 유의미하고 강하게 증가한 이유를 찾기 위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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