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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배송 불만" 삼성 직원 메일 공유한 한종희…경영진 책임 통감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12 15:33

수정 2022.07.12 17:17

삼성 직원 A씨, 가전 배송 지연에 불만 토로
한종희, 생산·영업·마케팅 담당 경영진과 글 공유
강봉구 한국총괄 부사장 "유사 사례 재발 철저 방지"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DX부문장).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DX부문장).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 한종희 부회장(DX부문장· 사진)이 자사 가전제품 배송 지연 사태를 비판한 삼성 직원의 메일을 생산·영업·마케팅 담당 경영진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취임 이후 고객경험 극대화를 최우선 가치로 강조해온 한 부회장이 경영진 차원에서 배송 지연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 부회장은 지난주 대표이사 명의 메일로 삼성 가전 배송이 지연돼 불편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삼성 계열사 직원 A씨의 글을 받았다. 한 부회장은 이 글을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이재승 DA사업부장(사장)과 강봉구 한국총괄 부사장, 이영희 글로벌마케팅센터장(부사장)과 공유했다.

A씨는 메일에서 삼성 가전제품 배송 지연 사태로 불편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A씨는 "패밀리몰(삼성 임직원 전용 쇼핑몰)에서 가전제품을 6월9일 주문했고, 7월6일 배송 요청을 드렸다"며 "그런데 오늘 세탁기, 건조기 배송이 한 달 정도 더 지연된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문일과 배송일이 한 달 가량 여유가 있었고, 문제가 발생될 소지가 있었으면 미리 연락을 주고, 고객대응 차원에서 대책을 제시해야 하는데 죄송하다는 말만 했다"고 비판했다.

한 부회장이 해당 메일을 경영진에 보낸 것은 배송 지연 책임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 직원이 자사 배송 과정을 두고 경영진에 불만을 드러낸 건 이례적이다. 이에 한 부회장이 가전 개발·생산, 영업, 마케팅을 담당하는 경영진이 직접 나서 소비자에게 가전제품이 전달되기까지 일련의 공급 과정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점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6월 국내 주요 가전 거점을 점령한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완제품 생산 및 배송에 차질이 빚어지는 사태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배송 지연 과정에서 고객 대응이 미흡했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강 부사장은 이후 한 부회장에 "보내주신 배송 지연 사례는 '삼성 관계사 임직원 EPP(직원 구매 프로그램)'로 구매 후 발생한 배송 지연 건으로, 최종적으로 명일 배송 예정"이라고 답했다. 특히 삼성전자 제품 설치·물류를 담당하는 로지텍 경영진이 A씨에게 직접 사과하도록 조치했다고 전했다.
강 부사장은 "고객의 불만 사례를 유발한 점을 한번 더 사과드리며, 프로세스들을 꼼꼼히 점검해 유사 사례 재발을 철저히 방지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부회장이 이 같은 조치를 한 건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 제품·기술 뿐 아니라 서비스 혁신도 이뤄져야 한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한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고객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돼야 하고 최고의 고객 경험을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하는 등 고객경험 극대화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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