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점 등 알짜 점포 4곳 매각 위해 매각 주관사 선정
실적은 줄고 영업적자로 전환, 신용등급까지 하락
뒤늦은 점포 리뉴얼 나섰지만 경쟁사 대비 '늦었다' 평가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홈플러스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부산 해운대점에 이어 또 다시 대대적인 홈플러스 점포 매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점포 매각을 통해 재무건전성 개선에 집중해왔다. 자산 가치가 높은 우량 점포와 물류센터 등을 매각해 재임대하는 '세일앤리스' 방식으로 현금을 확보하며 막대한 이자 부담을 줄여왔다.
하지만 일각에선 홈플러스가 영업이익이 아닌 자산 매각으로 현금을 확보해 재무건전성을 개선하려는 것은 MBK파트너스의 투자금 환수 목적일 뿐, 근본적인 재무구조 개선 해법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남아 있는 3000억~4000억원대 우량 점포도 대부분 매각할 듯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MBK파트너스는 자산 가치가 높은 수도권 점포 부지를 매각하기로 하고, 딜로이트 안진을 매각 주관사로 정했다.
관련 업계는 특히 MBK파트너스가 남아 있는 알짜 점포를 연내 대부분 매각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인수 후 점포 당 3000억~4000억원 가치로 평가 받는 점포들을 줄줄이 매각하며 재무 부담을 줄여왔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에 현재 남아 있는 알짜 점포는 부산 센텀시티점과 인천 연수점, 서울 월드컵점, 서울 중계점 등 4개 정도가 A급으로 꼽힌다.
부산 해운대점을 포함해 이들 4개 알짜 점포까지 전부 매각할 경우 MBK파트너스는 1조7000억~2조원의 현금 확보가 가능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MBK파트너스는 이 현금으로 남아 있는 대출금 9400억원을 모두 상환하고, 나머지 금액은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수 년 전부터 자산 매각으로 부실 점포를 정리하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해왔다"며 "140개 점포 중 자산 가치가 높은 60~70개 점포는 모두 매각해 사실상 알짜 점포들은 거의 현금화했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경영권을 인수할 대상만 있다면 언제든지 매각에도 나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홈플러스를 매입할 여력이 있는 인수 후보자는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며 "MBK파트너스가 다시 점포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는 것도 이런 배경"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MBK파트너스가 남아 있는 알짜 점포들을 대부분 매각하고 대출금을 전부 갚은 뒤 본격적으로 홈플러스 경영권 매각에 나설 것이라고 본다.
◆홈플러스 부동산 매각에만 치중…실적 추락으로 신용등급도 하락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자산 유동화에 집중하며 차입금 상환에 주력해왔다.
홈플러스 인수 과정에서 MBK파트너스는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대규모 차입금을 일으켰다. 2015년 7조2000억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2조2000억원, 은행 선순위 대출로 4조3000억원, 상환우선주로 7000억원을 각각 조달했다. 인수 자금 중 외부 자금으로만 6조2000억원을 충당한 것인데, 이는 고스란히 홈플러스의 차입금으로 바뀌었다.
이후 홈플러스 실적이 급속도로 악화되며 현금 흐름도 나빠져 차입금을 갚기가 갈수록 힘든 모습이다. 2019년 MBK파트너스는 대출금 상환을 위해 리츠로 1조7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수요 예측에서 공모액이 51%(7925억원)에 그치며 리츠 상장을 철회하기도 했다.
2020년부터는 아예 점포를 폐점하는 방식으로 강도 높은 자산유동화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리츠 상장 실패로 대부분 점포를 매각과 동시에 폐점했다.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인수 후 매각한 점포 대부분은 '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하지만 대전탄방점, 경기안산점, 대구점, 대전둔산점, 동대전점은 점포 매각과 동시에 폐점했거나 폐점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노조와의 갈등도 엿보인다. 폐점 예정이었던 가야점은 노조 반발로 결국 재임대로 방향을 틀었다. 이로 인해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인수 초기 4조3000억원에 달했던 인수금 대출 잔액을 2021년 11월 기준 9400억원으로 줄였다.
일부에선 홈플러스가 근본적인 성장 전략을 세우기보다 점포 매각에만 치중한다는 지적도 들린다.
김영준 홈플러스노조 교육선전국장은 "사측이 알짜 매장을 매각한 후 폐점시키며 자산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며 "계속되는 점포 매각은 임대료 부담을 키우고, 실적을 악화시켜 직원들을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본질적인 영업력은 계속 하락…영업적자로 전환돼
실제 홈플러스 매출은 2019년 회계연도에 7조3002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0년 6조9662억원, 2021년 6조4807억원으로 계속 감소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019년 회계연도 당시 1602억원에서 2020년 933억원으로 줄더니 지난해에는 133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올 들어서 신용 등급마저 빨간불이 켜지며 자금 조달 통로가 막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홈플러스는 그동안 기업어음(CP)과 단기사채를 활용해 운영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신용등급이 더 하락하면 홈플러스의 자금 조달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홈플러스 단기 신용등급을 'A2-'에서 'A3+'로 낮췄다. 한국기업평가도 홈플러스의 장기 신용등급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현재 'A-'인 신용등급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단계만 신용등급이 떨어져도 ‘BBB급(BBB-~BBB+)’으로 떨어진다.
신용등급 하락 위기에 부딪히자, 홈플러스는 점포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일부 점포에 대한 대대적인 리뉴얼에 나섰다. 홈플러스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온라인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배송차량을 늘리는 투자에도 나섰다.
하지만 홈플러스가 이런 행보로 진정한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통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매장 리뉴얼은 경쟁사인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대대적으로 진행하는 만큼 홈플러스만의 차별성은 없어 보인다"며 "온라인 사업은 물류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데 투자금 환수가 절박한 상황에서 홈플러스는 이런 투자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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