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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도미노처럼 번지는 하투, 尹정부 법치 첫 시험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12 18:28

수정 2022.07.12 18:28

기선 제압용 힘겨루기 의도
화물연대 파업 선례 새기길
지난 11일 오후 서울 용산전쟁기념관 앞에서 대우조선해양 협력사 대표 80여 명이 하청지회 불법파업 수사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용산전쟁기념관 앞에서 대우조선해양 협력사 대표 80여 명이 하청지회 불법파업 수사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동계의 여름 투쟁, '하투(夏鬪)'가 격화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12일 정부가 노동시간 연장,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등의 노정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오는 20일부터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금속노조뿐만 아니라 화물·레미콘·철근콘크리트 업계에 이어 조선·여객업계까지 전국 산업현장에서 도미노처럼 파업이 번지고 있다.

한동안 잠잠하던 노동계가 동시다발적으로 들고 일어나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과 노조 정책에 대한 불만이 주된 배경이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새 정부를 상대로 힘겨루기를 시도해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임금을 억눌리며 견뎠던 일부 근로자들도 있을 것이다. 이들의 목소리를 깡그리 무시할 수는 없다. 물가가 급등해 근로자들의 삶이 힘들어진 만큼 임금을 올려달라는 주장을 억지라며 도외시할 수도 없다.

그러나 전 국민이 고통을 겪는 복합경제위기가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에서 노동계의 집단행동은 여론의 공감과 지지를 얻기 어렵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들의 경남 거제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1독'(dock·배를 만드는 작업장) 점거 사태처럼 불법적·폭력적인 투쟁이라면 일말의 동정심조차 바라지 않는 게 좋다. 조선소의 핵심 생산시설을 점거함으로써 선박 제조를 중단시키는 행위는 묵과할 수 없는 불법이다. 지난달에만 2800억원의 손실을 초래했다는 점거사태를 보다 못한 대우조선과 협력업체 임직원들은 최근 서울로 올라와 파업중단과 공권력 개입을 호소하는 시위를 벌이는 노노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임금을 한꺼번에 30% 올려달라는 등 노조는 누가 봐도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 경제가 좋을 때라도 억지스러운 집단이기주의로 보이지만 지금이 어느 땐가. 최선을 다해도 난국 극복이 쉽지 않은 수십년 만의 위기 상황이다. 노사정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이다. 경제주체의 하나로서 고통분담에 동참하는 것이 노조가 보여줘야 할 자세다.

문재인 정부의 노조 옹호로 노사 관계는 5년 동안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변질됐다. 주말마다 시위가 그칠 날이 없어도 공권력의 방관 속에 국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불편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소수 강경파가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양 포장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폭력은 일상적 투쟁수단이 됐다. 근로자 간의 다툼으로 노노갈등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강경 일변도인 노조를 상대로 설득과 대화 없이 엄정 대응하는 것이 금과옥조, 상책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물류마비를 볼모로 잡혀 미온적 대처로 허둥대다 사실상 굴복한 화물연대 파업의 선례를 되새겨야 한다.
이번 하투에 어떻게 대응하고,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느냐가 윤석열 정부 법치의 첫 시험대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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