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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할 곳 없어 접는다" 빌 애크먼, 40억달러 SPAC 청산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13 01:41

수정 2022.07.13 01:41

[파이낸셜뉴스]
헤지펀드 퍼싱스퀘어자본운용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빌 애크먼이 11일(현지시간) 40억달러 규모의 특수목적합병법인(SPAC)을 청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애크먼이 2017년 10월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구나비치에서 열린 월스트리트저널(WSJ) 주최 디지털컨퍼런스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로이터뉴스1
헤지펀드 퍼싱스퀘어자본운용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빌 애크먼이 11일(현지시간) 40억달러 규모의 특수목적합병법인(SPAC)을 청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애크먼이 2017년 10월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구나비치에서 열린 월스트리트저널(WSJ) 주최 디지털컨퍼런스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로이터뉴스1

특수목적합병법인(SPAC·스팩) 붐 주역 가운데 한 명인 헤지펀드 투자자 빌 애크먼이 40억달러짜리 스팩을 청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12일(이하 현지시간) 애크먼이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을 이유로 투자자들에게서 모은 돈을 모두 돌려주고 스팩을 청산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헤지펀드 퍼싱스퀘어자본운용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애크먼은 11일 퍼싱스퀘어 산하에 설립한 스팩 '퍼싱스퀘어톤타인홀딩스(PSTH)'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스팩 청산을 선언했다.

급속한 회복세로 투자대상 못 찾았다
그는 팬데믹 이후 경제가 급속히 회복하면서 마땅한 투자대상을 찾는데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스팩은 성장성이 높은 비상장사를 사들여 이들을 우회상장하는 통로로 활용돼 왔다. 스팩 투자자들은 우회상장된 기업이 상장되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뛰면 그 차익을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올들어 주식시장이 폭락세를 보이면서 상장 주식 폭등은 실종된데다 상장 자체도 드물어 스팩이 퇴조해왔다.

애크먼은 "자본시장과 미 경제가 급속히 회복한 것은 미국인들에게는 좋은 일이었지만 PSTH에는 불행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애크먼은 팬데믹에 따른 경기침체가 서서히 마무리되고 이후 급속한 경제회복이 시작되던 2020년 7월 PSTH를 주식시장에 상장한 바 있다.

마감시한 앞두고 청산
스팩은 규정에 따라 설립 2년 안에 우회상장을 성공시켜야 하지만 PSTH는 마감시한을 수주일 앞 둔 지금까지도 마땅한 우회상장 대상 기업을 찾아내지 못했다.

스팩은 주식시장에 상장해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자본을 확충한 뒤 이 돈으로 비상장 인수합병(M&A) 대상 기업을 물색한다. 스팩은 그냥 페이퍼컴퍼니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스팩을 누가 움직이느냐에 따라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유명한 투자자 가운데 한 명이 애크먼은 덕분에 상당한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애크먼은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PSTH를 동원해 유니버설뮤직그룹 지분 10%를 인수하려 한 것이 탈이 났다. 우회상장 없이 지분만 10% 인수하는 것은 편법투자로 스팩의 설립 목적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았다.

애크먼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규제당국의 압력을 받아 결국 계획을 철회했고, 자신의 퍼싱스퀘어를 동원해 유니버설뮤직 지분 40억달러어치를 인수했다.

소송까지 당해
그러나 애크먼은 SEC 전 위원 로버트 잭슨, 존 몰리 예일대 법대 교수로부터 PSTH 주주들을 대신해 소송을 당했다. 이들은 애크먼이 스팩을 '불법 투자회사'처럼 운용했다고 주장했다.

스팩은 2020년 팬데믹 이후 주식시장이 붕괴를 거쳐 폭등하는 가운데 전통적인 IPO를 대체하는 우회통로로 각광 받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둔화세가 뚜렷해졌다.
올 들어서는 높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금리인상 속에 주식시장이 폭락하자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스팩을 통해 우회상장한 대표적인 기업이 '사기' 논란을 빚은 수소·전기트럭 업체 니콜라다.


니콜라 사태 이후 스팩 열풍이 주춤했고, 거품 논란이 일면서 스팩이 서서히 퇴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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