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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빅스텝 단행, 가계·기업 부실 차단책 다 꺼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13 18:29

수정 2022.07.13 18:29

금리 급등에 이자부담 커져
취약계층 지원 방안도 시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3일 기준금리를 0.5%p 올리는 이른바 '빅스텝'을 단행했다. 기준금리는 연 2.25%로 높아졌다. 빅스텝은 이번이 처음이고, 세 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한 것 역시 한은 역사상 최초다. 금통위가 전례가 없는 속도로 금리를 인상한 것은 급등하고 있는 물가를 잡기 위해서다.
지난달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소비자물가는 하반기에도 상승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부채가 많은 가계와 기업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은행 수신금리도 뒤이어 오를 것이므로 특히 변동금리로 돈을 빌린 가계의 부담은 커진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가계대출은 총 1752조7000억원에 이른다. 가계의 이자 부담은 이번 빅스텝으로 6조8000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11개월 동안의 연이은 금리인상으로 불어난 이자 부담은 총 24조원이다. 공격적으로 매입한 부동산이나 주식 가격이 떨어져 가뜩이나 힘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빚투(빚으로 투자)족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금융부실이 초래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올해 1·4분기 기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저신용자인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사람 비율은 전년 말 대비 0.3%p 증가한 6.3%다. 아직은 걱정할 정도가 아니라고 할지 모르나 저축은행 등의 제2금융권부터 연체가 늘어나 부실에 빠질 수 있다.

뜀박질을 거듭하는 금리와 불어나는 이자비용에 그러잖아도 재고를 쌓아두고 있는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게 뻔하다.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기업의 총차입금은 1483조원을 넘어섰다. 가계와 달리 기업 부채는 신사업 투자 등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마당에 금리인상은 더욱더 기업을 옥죌 것이다. 회사채 발행 등 자금조달에서도 큰 애로가 예상된다.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이 짊어질 고통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예상되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것은 인플레의 위험성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역사상 최악으로 기록될 시간이 지금 눈앞에 있다. 가계는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힘든 시기를 버텨내는 도리밖에 없다. 기업은 생산성 향상과 신기술 개발 등으로 언제 끝날지 모를 불황기를 돌파할 지혜를 짜내야 한다.

빚을 견디다 못해 많은 가계들이 신용불량에 빠지고 기업들이 도산해 결국 금융권 전체의 건전성 위기로 번지는 상황만큼은 막아야 한다. 은행들은 금리상승분을 채무자들에게만 떠넘기지 말고 최소한의 인상으로 고통분담을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한계기업과 취약계층에 대한 당국의 면밀한 모니터링과 적극적인 대응책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위기 극복을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꺼내 들어야 한다.
이날 정부가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운영을 내년 3월 말까지 연장키로 한 조치는 시의적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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