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서 발생한 '주부 살해' 사건의 피해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경찰 등의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4일 A씨 등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은 다수의 성범죄 실형 전과가 있고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해 보호관찰을 받던 서진환이 중곡동의 한 주부 B씨를 살해한 이른바 '중곡동 주부 살인사건'이다.
지난 2012년 8월 20일 주부 B씨를 살해한 혐의로 서진환은 2013년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서진환은 다수의 성범죄 실형 전과자로 지난 2004년 피해자를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하고 돈을 빼앗은 혐의로 기소돼 같은 해 8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이에 대해 피해자 유족 A씨 등은 서진환의 범행에 경찰 등 국가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유족들은 서진환은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르기 13일 전인 2012년 8월 7일 또 다른 성폭행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는데, 경찰은 이 사건 당시까지 범인을 특정하지 못했다. 유족은 경찰이 지난 범행 장소에 전자발찌 부착자가 있었는지를 확인했다면 서진환을 범인으로 특정해 빨리 검거할 수 있고, 이후 범행을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서진환 출소 이후 그의 거주지를 관할하던 보호관찰관 역시 재범 예방을 위해 첩보수집 대상자로 올리고 감시·감독을 해야했음에도 하지 않은 잘못도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1심과 2심은 경찰 등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유족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1심은 경찰의 잘못과 B씨가 살해된 범행 간 인과관계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2심 역시 수사는 경찰의 전문적 판단에 따라 재량에 이뤄지고, 전자발찌 부착자의 위치정보를 활용해야 한다는 지침이 없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법령 위반은 아니라고 판결했다.
2심은 "여러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경찰 등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거나 합리적인 범죄 수사를 저해하는 현저한 불합리한 조치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경찰의 수사나 보호관찰관의 감독 미흡 등을 들어 국가의 책임을 일부 인정하는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경찰이 범행 장소 인근에 전자발찌 부착자가 있는지 위치 정보를 확인하지 않았고, 보호관찰소가 서진환을 주기적으로 감독하지 않은 잘못은 법령을 위반한 것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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