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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폭등에 직장인 짠테크 "저녁은 구내식당서 테이크아웃"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15 05:00

수정 2022.07.15 05:00

고물가시대, 저녁식사 비용을 아끼기 위해 구내식당에서 테이크아웃 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그래픽=정기현 기자
고물가시대, 저녁식사 비용을 아끼기 위해 구내식당에서 테이크아웃 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그래픽=정기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1. 서울 여의도에서 일하는 A씨(38). A씨는 2주전부터 퇴근 전에 미리 구내식당에서 저녁 도시락을 신청해 테이크아웃을 해 간다. 그는 "편의점에서 삼각김밥만 사도 가격이 꽤 되기 때문에 4000~5000원에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은 구내식당 만한 곳이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퇴근하면 구내식당은 커녕 사람들을 만나 외식하는 일이 많았는데, 물가가 너무 올라 싹 끊었다"고 말했다.

#2. 서울 강남구에서 일하는 B씨(35)도 비슷한 상황이다.
B씨는 "회사와 제휴를 맺은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포장해가고 있다"면서 "물가가 어마어마해서 샐러드만 포장해도 1만원이 넘지만, (회사 쿠폰으로) 몇천원 만 추가하면 저녁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B씨는 "식대 지원은 예전부터 있던 회사 복지였지만, 제대로 먹고 간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그런데 요즘에 빵만 사러가도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느껴져서 꼬박꼬박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추이. 인플레이션으로 6월 소비자물가가 6%까지 치솟았다. 그래픽=정기현기자
올해 소비자물가 추이. 인플레이션으로 6월 소비자물가가 6%까지 치솟았다. 그래픽=정기현기자
★다방 대신 탕비실 커피믹스 '무지출 챌린지'

고물가 속 특히 외식물가가 8%대까지 치솟으면서, 직장인들이 '밥값'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런치 플레이션(점심 식사와 물가 상승을 합친 신조어)'을 넘어, 저녁 식사까지 회사 구내식당에서 해결하거나, 테이크아웃 도시락을 챙긴다. 퇴근 이후 곧장 회사 밖으로 '탈출'하기 바빴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불필요한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무지출 챌린지'나 '절약 브이로그' 등도 인기다. 지출이 큰 커피값은 탕비실 커피믹스나 '법카찬스'를 활용한다.

점심은 편의점, 저녁은 회사 지원 식당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물가가 8.0% 급등해 1992년 10월(8.8%)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는 6.0% 상승, 외환위기(1998년) 이후 2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직장인들 사이에선 '월급빼고 다 올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생활에 필요한 모든 품목이 올랐다.

살벌한 물가 상승에 직장인들은 당장 줄일 수 있는 식비부터 아끼고 있다.

점심시간에 편의점,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건 당연시 됐고 저녁마저 회사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회사에서 식대 일부를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가 상당기간 6%대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2월 3%대에서 3~4월 4%대를 기록하더니 5월 5.4%, 6월 6.0%로 점차 커지고 있다.

올 들어 물가는 전월대비 0.6~0.7% 올랐는데, 이런 추세가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경우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 후반에서 8%대에 달하게 된다.

외식 물가가 치솟으면서 도시락을 싸거나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려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다. /뉴시스
외식 물가가 치솟으면서 도시락을 싸거나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려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다. /뉴시스
'절약만이 살길' 가계부 쓰는 MZ들

상황이 이렇다보니 '무지출 챌린지'나 '절약 브이로그', '가계부 쓰기' 등 '짠테크(짠돌이와 재테크를 합친 신조어)' 소비가 번지고 있다.

'무지출 챌린지'는 말 그대로 교통비, 식비 등에 일정 기간 지출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세종시 직장인 C씨(30)는 "회사는 걸어서, 점심은 도시락으로, 커피는 탕비실에 있는 카누(블랙 믹스커피)를 마신다"며 "물가가 너무 올라 먹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게 급선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직장인 D씨(30)는 "커피값이 너무 올라 하루 한 두 잔만 마셔도 1만원은 훌쩍 넘는다"면서 "부서 사람들이 다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어, 저렴한 커피머신과 캡슐을 구매해 두는 방법을 생각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런치 플레이션' 강타에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편의점에서 간단히 해결하는 추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5월 편의점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2.5% 늘었다.
품목별로는 즉석식품(12.2%), 가공식품(14.8%) 등 식품류 매출이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도시락을 직접 싸가는 '밀프렙(며칠치 도시락을 한 번에 준비하는 것)족'도 늘고 있다.
최근 3개월간(2022년 4월 8~7월 7일) 도시락 관련 상품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최대 8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위메프는 분석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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