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역대정부 재계사면 들여다보니..사면후 '통 큰' 투자 나섰다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15 05:00

수정 2022.07.15 05:0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 부당합병 의혹' 56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 부당합병 의혹' 56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한덕수 국무총리가 경제적 기여도와 최근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해 기업인 사면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8·15 광복절 특별사면론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역대 기업들의 사면 사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기업인 사면에 해당되는 사면은 '특별사면'이다. 특별사면은 형을 선고받은 자를 대상으로만 이뤄진다.
법무부 장관이 사면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대통령에게 상신해야 한다. 최종 결정은 대통령 마음 먹기에 달렸다.

가장 최근 특별 사면을 받은 주요 기업인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이다. 이 회장은 총 1657억원 규모의 횡령·배임·탈세 등 혐의로 지난 2013년 7월 구속 기소됐다. 이후 2015년 12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과 함께 벌금 252억원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재상고했으나 2016년 7월 건강상의 이유로 상고를 자진 취하해 형을 확정받았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뒤 8월 8·15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13일 해비치 호텔&리조트 제주에서 열린 '제45회 대한상의 제주포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대한상의 제공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13일 해비치 호텔&리조트 제주에서 열린 '제45회 대한상의 제주포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대한상의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08년과 2015년 두 차례 ‘특별사면’을 받았다. 최 회장은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2014년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앞선 1·2심 구속 기간을 포함해 총 2년7개월을 복역하며 역대 재벌 총수 가운데 가장 오래 수감됐다. 이후 최 회장은 2015년 8월 광복 70주년 특사로 석방됐다. 이에 앞서 2003년 2월에도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가 2008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이 확정된 뒤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2008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당시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특사로 풀려났으며, 2009년엔 고(故)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이 특별사면을 받았다. 정 회장은 100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하고 계열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로 2006년 구속기소돼 2008년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형을 선고받았다. 이 회장은 2009년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헐값 발행한 것과 관련한 배임과 조세포탈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재계에서는 기업인들이 사면으로 풀려나면서 적극 투자에 나섰다는 점을 강조한다. SK하이닉스는 최 회장이 사면된 2015년 경기 이천에 설립한 최첨단 반도체 공장 M14를 포함해 생산시설 3곳을 국내에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도 마찬가지다. 이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을 위해 ‘IOC(국제올림픽위원회)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이후 IOC 위원으로 활약했다. 정 회장도 금융위기 속에서도 총 2400여개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국내 협력업체와 공정거래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사면을 고리로 울며겨자먹기식으로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놓는다. 하지만 많게는 수백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등 기업 투자 리스크 감안시 회사의 명운과 직결될 수 있는 문제를 단순하게 특사의 댓가로 보는 건 맞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고용 창출과 국내생산성을 늘리는데 도움이 되는 기업 투자 시기를 앞당기거나 전체적인 경기상황의 선순환적 측면에서 기업들의 '통 큰 투자'를 봐야한다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