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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탈북어민 북송 경위, 정쟁 아닌 수사로 밝혀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15 15:05

수정 2022.07.15 15:05


(서울=연합뉴스) 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을 12일 공개했다. 사진은 탈북어민이 몸부림치며 북송을 거부하는 모습.[통일부 제공]
(서울=연합뉴스) 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을 12일 공개했다. 사진은 탈북어민이 몸부림치며 북송을 거부하는 모습.[통일부 제공]

[파이낸셜뉴스] 탈북어민 북송 사건의 파장이 국내외에서 확산되고 있다. 며칠 전 문재인 정부에서 이들 어민 2명을 강제 북송한 정황이 뚜렷한 판문점 현장 사진이 공개되면서다. 14일 국제엠네스티와 휴먼라이츠워치 등 세계 인권단체들이 한목소리로 사안의 반인권성을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들을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으로 단정 지어 강제 북송을 합리화하면서 파문은 더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국제엠네스티는 이날 “문 정부가 ‘농르플망 원칙’을 위반했다”고 규정했다. 즉 ‘고문 등 잔혹하고 비인도적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는 국가로 개인을 추방·송환·인도해선 안 된다’는 국제법상 규칙을 어겼다는 것이다. 휴먼라이츠워치 측도 “국제 인권법을 어긴 교과서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2019년 11월 7일 탈북어민을 판문점서 북송할 당시 유엔사도 포승줄과 안대를 동원한 ‘결박 송환’을 반대했다는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사람이 먼저”라던 문 정권이 국제 망신을 자초한 격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흉악범에 자유를 줄만큼 한가한 나라인가"(김병기 의원)라며 여전히 송환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여당 측이 ”헌법을 위반한 안보농단‘이라고 하자 야당 측은 “신북풍 여론몰이”이라며 맞서고 있다. 그러는 사이 당시 북송을 주도한 핵심 인물인 서훈 전 국정원장과 내막을 알고 있을 법한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은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이제 나라 안팎으로 뉴스의 초점인, 이 사건을 덮어버릴 순 없게 됐다. 문명사회의 보편적 상식에 비춰 볼 때 석연찮은 대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서다. 우선 문 정부는 탈북어민 2명이 좁은 배 안에서 동료선원 16명을 살해했다고 단정했지만, 확정적 증거는 전무하다. 특히 이 경우 혈흔 등 증거가 남아 있을 목선도 정밀 감식하긴커녕 ‘소독’해 북한에 넘겨버렸지 않나.

민주당은 강제 북송의 근거로 ‘중대한 범죄자는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북한이탈주민법(9조)를 내세운다. 하지만 해당 조항은 단지 탈북민에 대한 경제적 지원 여부를 규정했을 뿐이다. 이를 근거로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서둘러 강제 북송했다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살인 등 중범죄를 저질렀지만 귀순 의사를 밝히고 국내에서 처벌을 받은 탈북자도 여럿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4일 이와 관련, "국정조사와 특검 등 구체적인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귀순 의사가 분명했던 탈북어민들을 강제 북송한 경위를 밝혀내겠다는데 누가 토를 달겠나. 하지만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가진 거야가 반대하는 한 국정감사도 특검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설령 성사가 된다 하더라도 여야 간 정쟁의 무대로 전락할 게 뻔하다.
그렇다면 현재로선 여야 모두 일단 정치적 공방을 접고 검찰에 수사를 맡기는 게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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