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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방기 부산 지하철역③] 승강기로 30초나?…국내서 가장 깊은 만덕역

뉴스1

입력 2022.07.19 06:05

수정 2022.07.19 06:05

부산 도시철도 3호선 만덕역 수직구 공사 현장.(부산교통공사 제공)© 뉴스1
부산 도시철도 3호선 만덕역 수직구 공사 현장.(부산교통공사 제공)© 뉴스1


부산교통공사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부산 도시철도 3호선 만덕역의 비상계단을 내려가고 있다.2022.7.13/© 뉴스1 노경민 기자
부산교통공사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부산 도시철도 3호선 만덕역의 비상계단을 내려가고 있다.2022.7.13/© 뉴스1 노경민 기자


부산 도시철도 3호선 만덕역 승강장 끝에 설치된 비상 대피로. 비상시에는 비상문이 열린다.2022.7.13/© 뉴스1 노경민 기자
부산 도시철도 3호선 만덕역 승강장 끝에 설치된 비상 대피로. 비상시에는 비상문이 열린다.2022.7.13/© 뉴스1 노경민 기자


[편집자주]대한민국 제2도시 부산에서 도시철도(지하철)이 운행된 지도 37년이 지났다. 오랫동안 부산 시민들의 발이 되어준 부산 지하철은 오늘도 움직이고 있다.
바쁜 운행 속에서도 부산에는 남다른 존재감을 뽐내는 특별한 지하철역이 많다. 뉴스1 부산·경남본부는 7월19일 부산 지하철 1호선 개통 37주년을 맞아 나름 특이한 역 3곳을 살펴봤다.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어떻게 나가지?"

최근 서울에서 온 A씨는 부산 북구 만덕역에서 내린 뒤에도 한참 동안 출구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보통 지하철역 출구로 나가려면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타야 하는데, A씨는 이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승강장에 있던 사람을 붙잡고 "어떻게 나가나"고 물어본 끝에 그는 승강기를 타고 역사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부산 도시철도 3호선 만덕역은 국내에서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지하철역이다. 승강장에서 지표면까지 깊이만 무려 64.25m다.

수도권에서도 깊다고 소문난 서울역, 산성역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철도 덕후'들의 큰 관심을 받기도 한다.

왜 이렇게까지 깊은 곳에 만들어졌을까. 만덕역 바로 옆에는 남산정역과 미남역이 있는데 모두 깊이가 15m다.

만덕역의 지형 특성상 이들 역보다 더 높은 지대인 만덕고개에 있어 선로 높이를 맞추기 위해 땅속 깊은 곳에 승강장을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만덕역 승강장까지 어떻게 가야 할까. 만덕역에서 지하철을 타려면 개찰구에 교통카드를 찍은 뒤 승강기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승강기 버튼도 개찰구가 있는 지하 1층과 승강장이 있는 지하 9층, 딱 두개뿐이다. 지하 1층에서 9층까지 내려가 보니 30초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지하철역에서 이 정도로 오랫동안 승강기를 타보기도 처음이다.

만덕역에 에스컬레이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역사 좌우에 1개씩 있긴 한데, 효율성이 떨어져 현재는 비상용으로 1개만 개방해뒀다. 이것도 항시 운영되지는 않는다.

예전에 부산교통공사가 시범 삼아 출근 시간대 에스컬레이터를 개방했는데 이용객이 30명뿐이었다고 한다.

비상용 계단으로도 지하 9층까지 내려갈 수 있다. 부산교통공사의 취재 허가를 받고 직접 비상계단을 내려가 봤다. 지하 1층에서 9층까지 층마다 어떤 시설이 있는지 한번에 확인할 수 있었다.

보통 지하 1층에 있어야 할 환기실, 만덕역에는 지하 2~4층에 있었다. 지하 5층 기능실, 6층 통신기기실, 7층 전기실을 통과한 뒤 지하 8층에 계단 끝이 보였다. 여기에서 승강장에 내려가려면 또다른 비상 계단구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

만약 지하 9층에서 화재 등 재난이 발생한다면 어디로 대피해야 할까. 우선 승강기는 절대로 타면 안 된다. 화재 연기가 승강기를 타고 상승하기 때문이다. 에스컬레이터도 속도가 느려 재난 시에는 이용할 수 없다.

남은 선택지는 비상계단과 지하철 선로가 있다. 만덕역에서 남산정역은 1km, 미남역은 3km가량 떨어져 있는데, 재난 상황 발생 시 터널 대피로와 연결된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역사 내에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터널 대피경로 안내 문구가 새겨져 있다.

그렇다면 비상 터널과 계단 중 어떤 게 대피하기 가장 좋은지 궁금증이 생긴다. 역사 직원은 대피로를 추천하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대피 수단을 정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했다.

그동안 만덕역에서 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만약 실제 상황으로 이어지면 대피 작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2015년 기준 부산 지하철역 가운데 만덕역 승강장에서 외부 출구까지 대피하는 데 8분14초가 걸려 가장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하루 평균 만덕역 승하차 인원은 1만2000여명이다.
오늘도 역사 직원 13명은 비상 상황 대비를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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