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러, 우크라 점령지에 교사 파견…'러시아화' 교육 목적" WP

뉴시스

입력 2022.07.19 12:38

수정 2022.07.19 12:38

기사내용 요약
러시아, 다음 학기부터 우크라 점령 지역에 교사 파견키로
"우크라이나 교육 바로잡아야"…학생들 상대로 '러시아화' 의도
'제노사이드' '나치' 등 푸틴의 우크라 관련 허위 주장 반영 우려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러시아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러시아의 날은 소련 붕괴 후 러시아가 독립 주권국가로 출범한 1991년 6월 12일을 기념해 제정됐다. 2022.06.13.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러시아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러시아의 날은 소련 붕괴 후 러시아가 독립 주권국가로 출범한 1991년 6월 12일을 기념해 제정됐다. 2022.06.13.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러시아가 수백 명의 교사에게 다음 학기에 우크라이나 점령지로 가서 학생들에게 우크라이나 역사에 대한 러시아의 견해와 함께 '교정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큰 돈을 약속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긴급. (우크라이나의)자포리자, 헤르손 지역에서 새 학년을 위한 학교 교육을 준비할 교사 필요. 일급 8600루블(약 20만원), 왕복 교통편 제공, 숙식은 협의."

WP는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약 400마일 떨어진 추바시 공화국의 일부 교사들에게 이같은 공지가 내려온 사실을 러시아내 독립 단체인 '교사연합'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전달받아 보도했다.


추바시 지역의 평균 월급은 550달러(약 72만원) 수준이지만 교사 채팅방에 학교장이 올린 예상 연봉은 월 2900달러(약 381만원) 이상이어서 이 같은 제안은 교사들에게 유혹적으로 보였다고 WP는 전했다.

모스크바는 점령 지역에서 강도 높은 러시아화 노력을 벌이고 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인들의 역사, 민족성 그리고 심지어 우크라이나 모국어에 대한 의식을 무너뜨리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이 배우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세르게이 크라브초프 러시아 교육부 장관은 지난 달 28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우익성향의 통합러시아당(United Russia)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교육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폐쇄된 다게스탄 공화국의 교육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러시아 남부 다게스탄 공화국 출신 57명을 포함해 250여명의 교사가 우크라이나에 가기로 서명했다. 그들의 목적지는 친러 분리주의 세력 지역인 루한스크, 도네츠크, 자포리자와 헤르손이 포함된다. 교육부는 기존 교사 급여에 하루 8000루블(약 18만원)의 대규모 급여 인상을 공고했다.

러시아의 이제프스크 지역 교사인 게오르기 그리고리예프는 연봉 때문에 계약을 맺었다. 그는 화학과 생물학뿐만 아니라 러시아어와 문학도 가르친다. 그리고리예프는 우크라이나 현지에서의 잠재적인 위험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있다. 적어도 1년은 버틸 계획이다. 그는 "거기서 아파트를 사게 될 것 같다"며 "잃을 게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리예프는 WP와 전화인터뷰에서 "(정부가) 매우 좋은 월급과 숙박을 약속하고 있다"며 "그리고 나는 '왜 안 되지?'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혼했고, 내 아이들은 다 컸기 때문에, 나는 특히 그렇게 좋은 월급을 받고 그곳에서 일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아스트라한 지역의 또다른 교사도 전화통화로 "우크라이나에서 교편을 잡고 싶다"며 "나는 그 지역에서의 삶이 매우 힘들다고 믿고, 그 지역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러시아와 다게스탄공화국의 교육부는 WP 질의에 회신하지 않았지만, 지난 달 말 교육부는 러시아 국영 언론인 로시스카야 가제타 신문에 "학교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수준 높은 러시아 표준을 도입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의 한 독립 매체(Capas Not)는 다게스탄 교육부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교사 모집 공고는 이번 달 6일 저녁에 내려졌으며 교사들의 답변을 듣기 위해 이틀 만 시간을 줬다고 전했다.

푸틴의 러시아화 프로젝트의 가장 열성적인 지지자 중 한 명인 크라브초프는 지난달 중순 우크라이나 남동부 도시 멜리토폴로 날아가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에게 러시아판 역사를 가르치겠다는 러시아의 결단을 강조했다.

그는 현지에서 러시아 기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학생들에게 우리 형제의 공동의 성취와 승리에 대한 모든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며 "러시아가 이 지역에 영원히 머무를 것"이라고 말했다.

크라브초프는 1990년대에 모스크바의 수학 교사로 재직하다가 학계와 정부 교육기관으로 옮겨 빠르게 승진했다. 그는 여러 개의 학위를 가지고 있지만, 한 국회의원은 그 학위들 중 하나를 얻기 위해 표절했다고 비난한 적이 있다.

통합러시아당이 이번달에 학생 교사들로 구성된 '여단(brigade)'이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고 발표한 지 며칠 후, 크라브초프는 우크라이나 북동쪽의 한 도시를 방문하여 언어와 역사책을 포함한 러시아어 교과서가 처음으로 도착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 아이들은 러시아인들과의 '우정의 전통'에 대해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는 러시아 자체의 교육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편한 가운데 나온 것으로, 각 학교들에 새로운 '애국적인' 세대를 양성할 것을 요구하는 고위 관료들에 의해 촉진됐다. 역사 교과서는 우크라이나가 결코 진짜 국가가 아니었다는 푸틴의 견해를 반영하기 위해 개정되고 있다.

9월부터 러시아 교사들은 '중요한 것에 관한 대화'라는 제목의 새로운 수업을 해야 한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현재 사건을 어린이들이 배우도록 하는 정부 지침을 따라야 한다. 이는 옛 소련 시절의 '정치 정보(politinformation)' 수업을 연상시키는 접근법이라고 WP는 지적했다. 만약 이 수업들이 푸틴의 선례를 따른다면 우크라이나가 '제노사이드(집단학살)'를 저질렀거나 러시아를 공격하려는 '나치'로 구성됐다는 그의 잘못된 주장을 반영할 것이라고 WP는 보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점령한 지역을 대상으로 한 러시아화는 합병 혹은 예속된 지역의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로 추방되었던 이오시프 스탈린 치하의 구소련 시대의 불안한 울림을 담고 있다. 당시 러시아의 노동자들은 많은 지역에 정착하고 동화시키기 위해 파견됐다.
이 때문에 발트해 연안 국가들과 카자흐스탄과 같은 중앙아시아 국가에는 여전히 많은 러시아인이 있는데, 이는 모든 러시아어 사용자를 '보호'하겠다는 러시아 정부의 잦은 맹세 속에 종종 긴장감의 원천이 된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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