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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빅블러 시대, 구시대 유물 금산분리 사라져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19 18:19

수정 2022.07.19 18:19

낡아빠진 규제 신속히 풀어
디지털·금융 융합 앞당기길
19일 오전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금융규제혁신회의 출범식. /사진=뉴시스화상
19일 오전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금융규제혁신회의 출범식. /사진=뉴시스화상
금융규제 개혁을 위해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금융위원회가 19일 제1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밝힌 규제혁신 내용은 상당히 광범위하고 구체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금융회사의 IT·플랫폼 관련 영업과 신기술 투자가 활성화되도록 업무범위와 자회사 투자제한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과 디지털의 융합발전을 위해 전통적 금산분리, 즉 은행이 산업자본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을 깨겠다는 말이다. 은행법에 따르면 현재 은행들은 비금융 회사에는 15% 이내의 지분투자만 할 수 있다.

각 부문에 규제를 위한 규제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금융 분야가 유독 심하다.
오래전부터 금융업계에서 새로운 일을 벌이려면 수백개의 도장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다. '빅블러(Big-blur)' 시대(급속한 디지털화로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상)가 도래했지만 금융개혁은 소걸음이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빅테크들은 금융업에 진출했지만 역으로 은행들은 금산분리 규제에 가로막혀 디지털화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도 낡아빠진 규제가 금융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우리보다 앞서 규제를 풀어 금융업 선진화를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후진국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정부의 의지는 어느 때보다 확고한 것 같다. "어떠한 고정관념에도 권위를 부여하지 않고 금융규제의 새로운 판을 짜겠다" "BTS와 같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플레이어가 출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장을 조성하겠다"는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말에서도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정부의 규제완화책은 더 있다. 대출상품만 가능한 금융상품 중개를 예금 및 보험 상품에 대해서도 규제 샌드박스(유예제도) 지정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은행을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 보험사를 헬스케어 금융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는 방안도 있다. 김 위원장은 마이데이터, 오픈뱅킹 등의 제도들도 업그레이드하고 가상자산, 조각투자 등 디지털 신산업의 규율체계도 정립하겠다고 했다. 디지털 금융혁신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힘을 쏟겠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은행들도 음식배달이나 통신, 유통, 가상자산업을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은행은 15개 금융관련 업종만 자회사로 둘 수 있다. 보험사들도 상조 서비스업 등에 진출할 수 있고 디지털 플랫폼 기반 서비스를 위해 다른 비금융사를 거느릴 수 있다.

이런 규제완화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정부의 의지와 추진력이 부족해 개혁작업은 지지부진했다. 정부는 앞으로 매월 회의를 열어 속도감 있게 일을 처리하겠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다만 '우버 택시'나 '타다 택시' 사례에서 보듯 개혁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의 반대와 저항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충분한 설득으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선결과제다.
국회나 금융감독원 등 관련 국가기관들도 개혁을 위한 입법과 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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