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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행진 '우영우' 순기능 이모저모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20 00:43

수정 2022.07.20 00:43

채널 ENA에서 방영 중인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채널 ENA 제공) © 뉴스1 /사진=뉴스1
채널 ENA에서 방영 중인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채널 ENA 제공) © 뉴스1 /사진=뉴스1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파이낸셜뉴스] 오늘(20일) 7회 방송을 앞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연출 유인식, 극본 문지원, 제작 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가 우리사회에 끼친 파장이 거세다.

'우영우'는 자폐스펙트럼장애(ASD)가 있는 신참 변호사 우영우의 성장 이야기를 따뜻하고 담백하게 그린 작품. 지난주 방송된 6회 시청률이 전국 9.6%, 수도권 10.4%, 분당 최고 11.8%(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수목드라마 1위를 지켰다. OTT 넷플릭스에 동시 방영돼 넷플릭스 TV쇼 8위(18일 기준)에 랭크됐다.

'우영우'는 첫 방송 이후 드라마 자체에 대한 유명 인사들의 호평 세례부터 여러 장면에 대한 ‘깨알’ 해석 그리고 자폐 아동에 대한 관심까지 드라마 안팎으로 다양한 관심과 소통을 이끌어내고 있다.

■ 판사 출신 작가 문유석, 배우 김혜수, RM도 애청자

판사 출신으로 저서 ‘판사유감’ 드라마 ‘악마판사’의 문유석 작가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영우’의 리뷰를 올려 눈길을 모았다.

우영우가 동료 최수연에게 ‘봄날의 햇살’이라는 별명을 붙여주는 장면과 우영우와 최수연을 이끄는 팀의 리더, 정명석 변호사가 공익사건(탈북여성의 강도상해 사건)에 집중하다 의도치 않게 회사의 대형 클라이언트를 놓치게 된 에피소드를 언급하며 “숱한 천만영화 감성과 차별화되는 이 담백함과 절제가 오히려 더 큰 공감을 얻고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도 자신의 SNS에 “우영우 역의 박은빈이 너무 매력적이다”라며 “놀랍게도 매력은 우영우의 장애에서 나온다"고 평했다. "사실 장애는 잘못이 아니다. 차별이나 혐오의 대상도 아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은 단지 다수와 조금 다를 뿐이다. 약간의 배려만으로도 장애가 만든 차이는 대부분 사라진다. 드라마에서 우영우의 장애를 배려해주기로 마음 먹은 순간, 장애는 오히려 매력이 된다”며 “드라마 다음회를 기다리며 보내는 여름이 될 것 같다”라며 애청자임을 밝혔다.

배우들의 SNS 인증샷도 이어졌다. 소녀시대 출신 윤아는 ‘귀여운 현영이’라는 글과 함께 극중 우영우의 절친 ‘동그라미’ 역할의 주현영과 드라마 속 캐릭터처럼 인사를 나누는 영상을 게재했다.

배우 김혜수는 별다른 코멘트 없이 ‘우영우는 그냥 나온게 아니다, 박은빈의 청춘 24년’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캡처해 게재했다.

방탄소년단 RM은 공식 팬커뮤니티 위버스에 ‘탑건:매버릭’을 보고 왔다는 한 팬의 글에 댓글로 “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별똥별 역삼역”이라며 우영우가 자신의 이름을 소개할 때 인증마크처럼 사용하는 대사를 언급했다.

■ 온라인 커뮤니티서 우영우 ‘깨알’ 해석

시청자들도 ‘우영우’에 푹 빠져있다. 한 시청자는 커뮤니티 더쿠에 우영우의 절친 동그라미(주현영)의 이름이 동그라미인 이유로 “자폐 장애를 가진 분들이 어린 시절에 유난히 동그란 물건에 집착한다”며 작가가 이를 고려해 작명했을지 궁금해하면서도 동시에 감탄했다.

ENA채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 역을 맡은 배우 박은빈. (유튜브 갈무리) © 뉴스1 /사진=뉴스1
ENA채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 역을 맡은 배우 박은빈. (유튜브 갈무리) © 뉴스1 /사진=뉴스1


다른 시청자는 우영우 명함에 있는 휴대폰 번호에 주목했다. 휴대폰 번호 뒷자리가 5252인데, '52Hz 고래(52 헤르츠 고래)'를 떠올리게 한다. 북태평양 일대에 거주하는 '52 헤르츠 고래'는 고래의 평균 의사소통 음역대인 12~25Hz보다 훨씬 높은 주파수인 52Hz로 소리를 낸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로 불린다.

우영우 아빠가 운영하는 김밥집의 실제 촬영지가 화제인 가운데 '왜 해필 김밥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그중 "검은 김밥 속 다양한 색채의 재료들이 각자 고유의 맛을 잃지 않으면서 밥과 김 속에서 조화롭게 어울린다"고 말한 한 네티즌의 해석이 눈길이 간다. 그는 "우리가 사는 세상 속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고유의 특성을 잃지 않으면서 어울리고 조화를 이루고 사는 사회를 꿈꾸는 작가 마음이 느껴지는 거 같다"라고 말했다.

■ 자폐 부모 반응 "현실과 괴리...수면 위로 올려줘 반갑다"

ASD 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의 반응도 관심을 모은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신을 ‘자폐 아이 키우는 엄마’라고 밝힌 한 시청자가 ‘요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보면 눈물이 너무 나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그는 “우리 아이는 천재는 아니지만 우영우와 겹치는 게 너무 많아서 한 회 한 회 엄청 울면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이 전 세계에서 자폐 유병률이 2위지만,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점점 더 숨게 되고 그러다 보니 고립되어가는 것 같다”며 “옆에 자폐인이 있다면 특별하게 대하지도 말고 그냥 똑같이 대해달라”고 당부했다.

실제로 한 전문가는 "우영우보다 (우영우의 직장 상사인) 정명석 변호사가 더 판타지 같은 캐릭터"라고 지적했다. 우영우처럼 전문가로 성장한 자폐스펙트럼장애인이 극소수지만 현실에 존재하나, 그런 자폐스펙트럼장애인을 보통 사람처럼 똑같이 대해주는 사람은 드물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ASD 아동 부모는 "현실과 괴리를 크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 글에 대한 댓글을 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의 순기능에 주목하는 이들이 더 많아 보인다.

한 네티즌은 “1, 2화보면서 와 우영우 정도면 진짜 부럽다 생각하다, 3화에 나오는 자폐장애인 보며 그래 대부분은 저게 현실이지 하면서 봤다”면서도 “(자폐장애인에 대해)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게 수면 위로 올려주는 것만으로도 (이 드라마의) 순기능이다고 생각한다. 보는 사람들이 반향어, 상동행동 등 우리만 알고 있는 단어들이나 특징을 조금이나마 알고 이해하더라”며 드라마의 긍정적인 영향력에 주목했다.

자신을 "자폐 스펙트럼 아이 재준이의 엄마"라고 소개한 유튜버 동주C는 아예 '우영우'를 매개로 ‘자폐아 엄마가 설명하는 우영우 반향어, 상동행동’ 등의 영상을 만들어 업로드했다.

그는 “재준이를 키우면서 자폐인들의 상동행동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불편한 감각을 느끼면 이를 안정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라마에서 인생깊었던 장면으로 우영우가 헤드폰을 끼고 출근하는 장면을 꼽으며 "기능이 좋은 영우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으면서도 본인의 불편함을 낮추기 위해 좋아하는 고래 소리를 들으며 출근한다. 나는 영우가 참는 모습에 마음이 쓰였다"며 자폐아를 키워본 사람만이 알수 있는 통찰력을 드러냈다.

"사람들이 편하자고 만든 모든 것들, 밝은 불빛, 핸드폰 소리...이런 건 모든 감각이 예민한 자폐인을 견딜수 없게 만드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자폐인들은 이 모든 것을 참는다. 재준이는 눈을 감으며 참고, 영우는 고래소리를 들으며 참고, 어떤 자폐인은 자신이 좋아하는 지하철 노선도를 외우며 참고....참아낸다"고 했다.

왼쪽부터 강태오, 박은빈, 강기영 /사진=뉴시스
왼쪽부터 강태오, 박은빈, 강기영 /사진=뉴시스


"자기에게 고통을 주는 사람들을 원망하지 않고, 미워하지 않고, 스스로를 달래가며 다 참아낸다. 우리는 자폐인을 배려해야 한다고 배우지만, 진짜 우리를 배려하고 있는 것은 자폐인이다. 그들은 비자폐인들을 위해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참는다. 참을수 없는 것들도 참아가며 밖으로 나온다.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해. 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라며 영상을 마무리했다.

■ 유인식 감독 "앞으로도 영우에겐 많은 미션...사랑의 기쁨과 슬픔 경험"

우영우는 '52Hz 고래'처럼 외로운 고래였다. 그런 외로운 고래를 키운 그녀의 아버지도 남모를 외로움이 컸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외로워 보이지 않는다. 우영우 옆에서 그녀와 함께 울고 웃는 사람들 때문이다.

유인식 감독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호응에 "얼떨떨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우리가 준비한 소박한 이야기에 이토록 크게 공감해줘 감격스럽고, 감사할 따름이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쉬었다 가는 꽃밭 정도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시작했는데, 순식간에 온 들판 가득히 꽃이 피어나고 있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아마도 시청자분들의 마음의 밭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넓고 비옥하게 마련되어 있었던 것 같다. 자폐인들을 비롯한 소수자들에 대한 감수성, 착한 이야기에 대한 갈증이 드라마 만드는 사람들이 가진 선입견보다 훨씬 크게 대중의 마음속에 이미 자리 잡고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 또한 기쁜 일이다"라고 부연했다.

더불어 7회 이후의 관전 포인트에 대해 "앞으로도 영우에겐 많은 미션이 닥친다. 그것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인생의 큰 산과 같은 존재를 맞닥뜨리기도 하고, 사랑의 기쁨과 슬픔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늘 그렇듯이 '우당탕탕' 씩씩하게 문제 앞에 설 것이고 '훌륭한 변호사란 무엇일까?'라는 정답 없는 질문에 대한 답을 홀로 찾아 나갈 것이다. 영우를 응원해 주길 바란다"라고 귀띔했다.


우영우 주변 인물들의 활약도 예고했다. "영우와 준호의 기발한 데이트, 한바다 식구들 각자의 성장기, 아버지가 숨겨둔 옛이야기, 영우에게 던져주는 동그라미의 엉뚱한 꿀팁들도 재미가 있을 것이다.
이제껏 등장하지 않은 새로운 고래들도 여기저기 깜짝 등장할 예정이니, 반갑게 맞아달라. 끝까지 사랑해주길 바란다"라고 부연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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