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死중고' 버틴 골목상인들 "대형마트 규제 풀면, 우린 죽으라는건가요"

장유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21 05:00

수정 2022.07.21 08:47

공정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온라인배송 허용 등 등 규제완화 움직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롯데마트 서울역점에 휴무 안내문이 걸려있다. /뉴스1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롯데마트 서울역점에 휴무 안내문이 걸려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정부와 정치권에서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에 온라인배송 관련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자 중소상공인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코로나19, 원자재 가격 급등, 고금리,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사(死)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마트 규제까지 완화되면 '오(五)중고'로 생존권까지 위협받게 된다는 것이다.

대형마트 쉬는날엔 '새벽배송'.. 소비자는 공감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 온라인 배송과 관련한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공정위는 소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2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 목적으로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는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매장 영업 및 배달이 금지되며 매월 공휴일 중 이틀은 의무휴업일로 지정된다. 휴업일엔 온라인 배송도 제한된다. 물류센터기능을 하는 '피킹 앤 패킹센터'(PP센터)도 모두 매장 내에 있어 영업 규제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이커머스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이 같은 유통산업발전법이 되레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이커머스 업체는 배송 규제가 없는 반면 대형마트는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온라인 배송을 규제받아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소비자들도 대형마트 영업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1년 이내 대형마트 이용 경험이 있는 서울·경기 및 6대 광역시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대형마트 영업규제 10년, 소비자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7.8%는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대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48.5%는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전통시장·골목상권 활성화에 효과가 없다고도 했다.

계속되는 고물가에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까지 커지면서 소상공인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서울 시내 한 골목상권 /연합뉴스
계속되는 고물가에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까지 커지면서 소상공인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서울 시내 한 골목상권 /연합뉴스
소상공인·동네슈퍼는 "생존권 위협" 반발

그러나 대형마트 규제 완화 소식에 전통시장,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중소상공인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골목상권이 무너지고 있는데다 물가상승으로 고통을 겪고 있어 대형마트 규제 완화까지 되면 소상공인 생존권은 더욱 위협받게 된다는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거대한 자본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소상공인이 대형마트와 공정하게 경쟁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완화하는 건 기울어진 운동장이 바로 잡혔을 때나 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전통시장에서도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하면 배송해주는 등 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규제 완화는 이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중소수퍼마켓 업계에서도 대형마트 규제 완화 움직임에 반발하고 나섰다.
현재도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행위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유통 대기업의 사업 범위가 확장되면 골목상권은 또다시 무너져 내릴 것이란 우려에서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도 "유통산업발전법에 대형마트 영업 규제 내용이 담기게 된 이유는 그동안 유통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가 문제됐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이제 온라인 플랫폼 기업과 공정한 경쟁이 어렵다는 이유로 온라인 배송을 허용해달라고 주장하는 것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대형마트 휴무일 판매 허용 추진을 중단하고, 중소상공인의 보호와 육성을 위한 정책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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