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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부동산정책은 타이밍이다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21 18:13

수정 2022.07.21 18:13

[강남시선] 부동산정책은 타이밍이다
속도가 만사다. 급하게 먹으면 체하고, 과속하면 속도위반이다. 촌각을 다투는 스포츠와 산업계는 대체적으로 경쟁자보다 빨라야 살아남는다. 이에 비해 경제분야는 탄력적인 완급조절이 필요한 게 한둘이 아니다. 금리가 대표적이다. 경제 전반에 파급력이 커 통상적으로 가파르면 경착륙, 완만하면 연착륙이다.
주요 국가의 금융 컨트롤타워 기관들이 금리인상 폭과 시기를 놓고 장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국의 숨가쁜 금리인상은 한국 경제에 피할 수 없는 쓰나미를 몰고 오고 있다. 특히 이자폭탄 공포는 부동산시장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문제는 세입자들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주요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132조원에 이른다. 은행권 전체 가계대출 1060조원의 12%를 차지하는 규모다. 단순히 금리가 1%p 오르면 전세 세입자들은 연간 1조원 이상 이자를 더 부담해야 한다. 더구나 주요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최고 금리가 12년 만에 6%를 돌파했다. 연말에는 8%에 이를 것이란 잿빛 전망까지 나온다.

집값이 급격히 떨어져도 세입자는 편할 수 없다. 매매가격이 전세가를 밑도는 이른바 깡통전세로 전락하면 경매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실제 올해 상반기 전세보증금 사고금액은 3407억원으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다. 최근 금리 빅스텝은 깡통전세 리스크 확산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부동산시장이 경착륙하면 가계부채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 6월 말 전세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89조원으로, 은행권 전체 가계대출의 70%를 넘는다. 여기에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까지 감안하면 부동산시장과 직결되는 여신은 10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PF도 뜀박질하는 금리와 분양시장 위축으로 안전지대가 아니다. 감독기관에 따르면 2금융권에서 부실 징후가 감지된 PF가 이미 1조원을 넘어섰다.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대책은 부족한 느낌이 가시지 않는다. 서민 금리부담을 낮추기 위해 자가 4억원 미만 대출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전환할 수 있게 길을 열어줬지만 해당 가격대의 수도권 아파트는 씨가 말랐다. 지방 등 일부 주택에 한정돼 실효성은 미지수다. 공공주택 100만호 공급을 골자로 한 주거안정대책은 재원마련 방안 부재가 아쉽다. 또한 대규모 주택공급은 짧아도 수년이 걸리는 얘기다. 깡통전세 대책으론 중개사가 인근 주택의 시세, 주택 부채비율 등을 의뢰인에게 고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권고사항이다. 중개사가 안해도 그만이다.

전반적으로 집값과 전셋값의 하향안정에 유효타를 날릴 수 있는 후속방안들이 이어져야 한다. 당장 종부세의 다주택자 중과세율을 폐지하고 가격 기준으로 매기는 법안 개정부터 속도를 내야 한다. 전셋값 앙등과 전세의 월세화 등 부작용을 초래한 임대차법도 손질이 시급하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하지만 협치를 이뤄낼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정책은 타이밍이다.
정치권이 한결같이 내세우는 민생안정은 최적의 방안을 제때 시행해야 가능하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건설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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