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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전 4일만에 갔던 달.... '다누리'는 왜 130일간 멀리 돌아 갈까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22 11:03

수정 2022.07.22 14:00

8월 3일 달로 출발…내년부터 임무 수행
달과 지구간 4배 이상 먼 156만㎞ 항로
라그랑주 지점서 지구중력으로 달로 이동

우리나라 최초로 달을 탐사하러 가는 달궤도선 '다누리'. /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우리나라 최초로 달을 탐사하러 가는 달궤도선 '다누리'. /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오는 8월 3일. 국내 최초의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 발사 성공에 이어 국내 최초로 달을 탐사하기 위한 달궤도선 '다누리'를 쏘아 올린다.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다누리는 미국 플로리다의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사의 펠콘9에 실려 달로 향한다. 지구를 출발한 다누리는 130여일간 우주를 항해하다 달 궤도에 도착한다. 이후 2023년 한해 동안 달 주위를 돌면서 주요 장비를 이용해 달 탐사 임무를 수행한다. 50여년전인 1969년 7월 미국의 아폴로11호는 4일 만에 달에 도착했다. 우리의 다누리는 왜 130여일간 돌아서 날아갈까.

연료 소모량 최소화해 임무 수행 오래 할 수 있어
달궤도선 '다누리'는 연료를 아끼기 위해 태양과 지구의 중력을 이용해 156만㎞를 날아 130여일만에 달 궤도에 도착하게 된다.<div id='ad_body2' class='ad_center'></div> /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달궤도선 '다누리'는 연료를 아끼기 위해 태양과 지구의 중력을 이용해 156만㎞를 날아 130여일만에 달 궤도에 도착하게 된다. /항공우주연구원 제공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개월간 날아갈 정도로 멀지 않지만 최소의 무게로 쏘아올려 연료를 최대한 절약하고 달에서 최대한 오랫동안 일하기 위해서다.

지구와 달까지의 직선거리는 평균 38만4000㎞다. 달까지 가기 위한 몇가지 항로가 있지만 대부분 많은 연료가 필요해 다누리의 무게가 늘어나게 된다. 다누리는 개발기간 도중 계획을 변경해 무게를 550㎏에서 678㎏까지 늘렸지만 이마저도 연료를 많이 실을 수 없다. 국내 연구진과 미국 NASA 연구진이 논의한 끝에 다누리의 항로를 탄도형 달 전이방식(BLT)궤도로 결정했다.

다누리는 156만km를 항해하다가 달에 도착한다. 이는 지구 저궤도 인공위성이 떠 있는 600㎞ 보다 2600배, 달과 지구간 거리의 4배 이상 먼 길이다.

먼저 다누리는 스페이스X의 팔콘9 발사체에 실려 발사 후 40분간 250㎞ 궤도에서 비행하다가 지구 중력을 벗어난다. 이후 다누리와 로켓이 분리되면서 발생한 추진력과 태양 중력의 영향으로 속도를 내면서 지구와 태양간 중력이 없어지는 라그랑주 포인트까지 날아간다. 라그랑주 포인트에서 태양과 지구 중력을 활용해 지구방향으로 비행 궤도를 수정하게 된다. 이후 다누리는 지구와 달의 중력에 이끌려 지구 쪽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고, 지구를 공전 중인 달과 만나 달 궤도에 도착하게 된다.

시간은 최대 130일 정도로 오래 걸리지만 달에 도달하는 데까지 소비되는 연료량이 적어 임무 수행을 더 오래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력을 이용한 방식이기 때문에 자체 추진력을 이용할 때보다 제어가 훨씬 어렵고 단 1도만 틀어져도 600㎞의 오차가 발생할 정도로 한치의 오차를 용납하지 않는 항법 기술을 요구한다.

상황에 따라 다른 항로 선택

위상전이궤도는 지구에서 달로 가는 항로. 지구 근처를 굉장히 긴 타원궤도로 몇 차례 공전 한 후에 달 궤도에 진입하는 방법으로 일본과 인도의 달탐사선에 적용했다. /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위상전이궤도는 지구에서 달로 가는 항로. 지구 근처를 굉장히 긴 타원궤도로 몇 차례 공전 한 후에 달 궤도에 진입하는 방법으로 일본과 인도의 달탐사선에 적용했다. /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다누리가 날아가는 항로 말고 달로 가는 또 다른 항로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직접 전이 궤도가 있다. 직접전이궤도는 달에 갈 수 있는 가장 짧은 궤도다. 지구에서 달까지 약 4~6일 정도가 소요되는데, 지난 1969년 아폴로 11호와 1997년 미국의 루나 프로스펙터, 2008년 달궤도탐사선(LRO)이 이 항로를 활용했다. 달 탐사선이 단 한 번에 고도 38만㎞ 궤도에 진입해야 하는 만큼 직접전이궤도를 타기 위해서는 탐사선을 정확한 궤도에 올릴 수 있는 정밀한 발사체 기술과 충분한 탐사선 운영 경험이 필수다.

또 달을 향해 거의 직선으로 발사되기 때문에 달 근처에 도달한 탐사선의 속도가 달의 속도보다 빨라 달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브레이크를 밟듯 속도를 줄이는 역추진을 해야하는 데 이 때 많은 연료가 소모된다.

다음 항로로는 위상전이가 있다. 이 항로는 2007년 일본의 셀레네 미션, 2008년과 2019년 인도의 찬드라얀 1·2 호 미션때 사용했다. 이는 지구 근처를 굉장히 긴 타원궤도로 몇 차례 공전 한 후에 달 궤도에 진입하는 방법이다. 달 궤도 진입까지 약 1개월 가량 시간이 소요된다. 그 동안 위성체의 주요 부품이 정상 작동되는지 확인하고, 일부 비정상 작동이 확인될 경우 이를 회복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 처음 달탐사를 수행한 일본과 인도에서 이 항로를 선택했다.

이 외에도 호만전이궤도가 있다. 지구의 공전궤도와 도달하려는 행성의 공전궤도를 타원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행성의 공전에너지를 이용해 연료소모량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 궤도는 같은 평면 내에 있는 서로 다른 두 원궤도를 최소한의 추가 운동에너지로 이동하는 데 쓰인다. 지구 저궤도에서 달이 지구를 도는 고궤도로 이동할 때 저궤도에 있는 우주선이 진행 방향으로 가속을 해 고궤도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1996년 12월 발사돼 화성탐사에 성공한 미국의 패스파인더호가 이용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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