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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기본은 사람” 현장인력 안전지킴이 ‘강남앤인코누스’

노동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25 06:17

수정 2022.07.25 06:17

[파이낸셜뉴스] 건설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을 외치는 건설사가 있다. 1989년 설립해 올해로 창립 33주년을 맞는 강남건설이 그 주인공. 강남건설은 신자재와 특수공법을 적용해 101층 엘시티 등 부산의 랜드마크 건물들을 다수 지은 지역 대표 건설사이자 전국적으로도 독보적 초고층 건축 기술력을 갖춘 몇 안 되는 기업이다.

그런 강남건설이 올해 초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앞세운 정보통신기술(ICT) 벤처기업을 설립해 눈길을 끈다. 강남건설 2세 경영인인 서정규 대표가 직접 전면에 나섰다. 지역 굴지의 건설사가 최신기술에 눈독을 들이는 데는 이유가 있을 터. 배경을 살펴보니 역시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라는 강남건설의 확고한 원칙이 있었다.

◼︎디지털기술로 건설현장 안전 ‘업’
강남앤인코누스는 건설업계 종사자를 위한 개인용 헬스케어 웨어러블(입는) 장치와 현장 관리자를 위한 관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오로지 안전을 목표로 하는 스마트시스템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로 설립된 기업이다.


▲강남앤인코누스가 프로토타입으로 제작한 '건설 킵미' 웨어러블 장치를 현장 근로자가 착용하고 있는 모습. /사진=강남앤인코누스
▲강남앤인코누스가 프로토타입으로 제작한 '건설 킵미' 웨어러블 장치를 현장 근로자가 착용하고 있는 모습. /사진=강남앤인코누스
이 회사가 개발한 ‘건설 킵미((Keep Me)’는 이름에서부터 건설 현장 목소리를 철저히 반영한 서비스다. 현장 근로자가 손목시계 형태의 웨어러블 장치를 착용하기만 하면 관리자는 각 근로자 근태관리는 물론 건강상태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상이 감지되면 즉시 근로자에게 알람을 보낼 수 있고, 만에 하나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사후추적도 용이하다. 이를테면 건설 근로자 한명 한명에게 부착된 ‘개인용 블랙박스’인 셈이다.

기존에도 비슷한 서비스는 있었지만 강남앤인코누스 서비스는 최신 하드웨어를 이용해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 종류를 세분화하고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소프트웨어를 차별점으로 내세운다. 웨어러블 장치는 근로자의 심박수, 산소포화도, 온도(일사병·열사병 예방) 등 생체신호 수집기능은 물론 낙상이나 추락을 인지할 수 있는 3축 자이로 센서를 내장했다. 소프트웨어는 근로자 생체신호 데이터를 인공지능(AI) 학습을 통해 위험강도를 파악, 관리자에게 알려준다. 관리자는 이를 토대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사고나 재난을 피하지 못했다면 즉시 연계된 병원으로 연락을 취하는 기능도 갖췄다.

데이터 중요성을 잘 아는 ICT 벤처기업답게 수집한 모든 데이터는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업체 서버에 저장하고 관리한다.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통한 AI(인공지능) 분석 기능을 구현할 수 있었던 것도 클라우드 서비스를 적극 활용한 덕분이다. 상시 백업을 통한 데이터 안정성 확보는 물론 해킹과 같은 외부 공격으로부터 안전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강남앤인코누스의 건설 킵미 서비스 이미지. /사진=강남앤인코누스
▲강남앤인코누스의 건설 킵미 서비스 이미지. /사진=강남앤인코누스
건설 현장에서의 사고는 대개 안전시설물 관리 미흡으로 인한 대규모 사고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현장 근로자 사고의 경우 조금만 신경쓰면 예방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근로자 개인 사고의 경우 이 같은 안전망이 갖춰지면 사고 예방 효과는 물론 사고 발생때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규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개선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움츠러든 건설업계 ‘돌파구’ 기대
서정규 대표는 일찍이 건설 현장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오면서 이 같은 서비스의 필요성을 절감했지만 현장에서의 적용은 또 다른 얘기였다. 이제는 ICT 기술이 발전하면서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무엇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건설 현장에 싸늘한 기운이 감돌고 있는 만큼 건설 킵미와 같은 서비스의 등장은 건설 업계에 작은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3년 이후 3기 신도시 등 공급대책이 본격화되면 전국에 연평균 58만호 규모의 주택이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산업재해 예방에 관심이 뜨거운 건설사 입장에서는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솔루션이 아닐 수 없다.

강남앤인코누스는 건설 킵미의 프로토타입 제품을 현장에 적용해 서비스 완성도를 높이는 한편 KC 인증 취득 후 여러 현장으로의 시범 납품을 앞두고 있다. 당장은 국내 건설사가 주 타깃이지만 향후 자동차나 조선업 등 제조업 전반을 비롯해 관공서, 관광, 요양원, 복지관 등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강남앤인코누스의 건설 킵미가 글로벌 각지에 진출해 있는 한국 건설사의 안전을 지켜주는 서비스로 자리매김하면 해외시장 공략도 멀기만 한 얘기는 아니다.

서운수 강남건설 회장은 앞서 파이낸셜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건축은 자연환경에서 사람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변수지만 구조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바로 인력”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 철학을 이어받아 본업인 건축은 물론 새로운 영역에서의 도전도 거침없이 이어가는 서정규 대표와 강남앤인코누스의 행보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defrost@fnnews.com 노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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