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종목 2600여개 중 거래정지 97개.. '그때 그 종목들'의 현주소
[파이낸셜뉴스] 상장 종목의 ‘거래정지’는 사건 혹은 사태로 불릴 만큼 투자에서 중대한 일이다. 투자자가 주식을 사는 것은 물론 팔지도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대개 사내에서 횡령·배임 등 범죄가 발생하거나, 바이오 분야에선 신약 개발 중단 등 악재가 덮칠 때 맞게 된다. 그 수위에 따라 극단적으로는 상장폐지로 이어지기도 한다.
거래정지 이슈는 발발 당시엔 이목을 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주주들을 제외한 투자자들 머릿속에서 잊히기 마련이다.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인식되는 탓이다. 하지만 운 좋게 비껴났을 뿐 언제든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을 매수할 때 횡령 리스크까지 감수한 사람은 없다. 불미스런 사태를 막거나 후속 처리하는 일은 당국의 몫이다.
다만 ‘투자는 자기 책임’인 만큼 투자자에게도 과거 거래정지 및 상장폐지 원인과 그 경과를 파악하는 노력은 요구된다. 향후 유사한 사건에서 일정 부분 대비하거나 재빨리 대응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어서다. 굵직했던 사건의 종목들이 현재 어느 시점에 도달해 있는지 돌아본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2633개 종목 중 매매거래 정지된 종목은 97개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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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입성 노리는 신라젠, 증명까지 한 달 남았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가 지난 2월 18일 신라젠에 부여한 6개월 추가 개선 기간 종료 시점은 한 달가량 남았다. 오는 8월 18일까지 거래소가 요구했던 조건들을 갖췄다는 증명을 해야 한다. 지난 1월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으나, 코스닥위원회 결정에 따라 반년 간 시간을 벌었다.
앞서 신라젠은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2위 자리까지 끌어올린 ‘펙사벡’ 임상 중단 소식이 알려지고, 문은상 전 대표 등 전·현직 경영진 횡령·배임 혐의가 겹치며 지난 2020년 5월 4일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사유가 발생한 데 따라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거래소 요구는 크게 △연구개발(R&D) 분야 인력 및 신약 주력 후보물질(파이프라인) 확충 △비R&D 분야 투명경영·기술위원회 등 기구 설치 등으로 나뉜다.
신라젠은 지난 1·4분기 말 기준 메디컬·임상센터 등 R&D 인력을 20명으로 늘렸다. 추가 채용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엔 의료총괄챙임자(CMO)도 새로 뽑았다. 하지만 지난 2019년 당시 35명 정도였던 인원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태다.
거래소 요구 핵심인 파이프라인 확충도 이뤄지고 있다. 거래소는 펙사벡과 신규 파이프라인 ‘SJ-600’, 여기에 추가로 하나 이상의 파이프라인 도입을 주문했다.
신라젠은 지난 3월 투명경영위원회와 기술위원회 설치 역시 완료했다. 이와 함께 요구된 제3기관을 통한 외부인사 충원은 오는 8월 4일 임시 주주총회 후 마칠 예정이다.
신라젠은 이 같은 거래소 요구를 대부분 이행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거래재개 결정은 오는 10월경 열릴 기심위에서 내려진다. 이에 17만명에 달하는 신라젠 개인주주들 눈은 신라젠이 기업 영속성을 증명할 수 있을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2020년 말 기준 신라젠 소액주주는 17만4186명, 보유 주식은 6625만3111주로 지분율 92.60%에 달한다.
증시 복귀한 오스템임플란트, 어떻게 살아났나
새해 벽두부터 시장에 충격을 안긴 오스템임플란트 사태는 사상 최대 횡령액인 2215억원을 기록했다. 그만큼 영원히 증시에서 퇴출될 것이란 전망도 상당했으나, 4월 28일 결국 증시에 복귀했다. 코스닥 초우량기업 중 하나이고,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했단 이유였다.
하지만 주가는 맥을 못 추고 있다. 거래가 재개된 지난 4월 28일 기준 11만2000원이었던 주가는 지난 22일 9만7100원까지 떨어졌다. 3개월 만에 13% 넘게 하락한 셈이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2조원 넘게 증발했다.
더욱이 지난달 최규옥 회장이 지난해 2월부터 회삿돈으로 전용종신보험 2개 보험료를 납부해왔단 보도도 나왔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회사가 가입한 보험은 계약자가 회사, 수익자도 회사, 회장은 단지 피보험자일 뿐이다. 보험가입으로 회장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전혀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바이오주 신뢰 추락시킨 코오롱티슈진
“바이오는 함부로 건들면 안 돼.”
투자를 물으면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조언이다. 바이오 회사에서 추진하는 신약 개발 결과에 따라 주가가 동전 뒤집히듯 오르내리기 때문이다. ‘임상 n상 성공’에 따라 큰 수익을 거머쥘 수 있는 반면 ‘중단’이나 ‘연기’, ‘실패’ 등의 성적표를 받으면 주가가 끝없이 추락하며 매매정지가 될 가능성도 있다.
코오롱티슈진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 2017년 국내 판매허가를 획득한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 ‘인보사’가 허가 과정에서 제출 서류에 적힌 성분과 실제 성분이 다른 사실이 발견되며 2019년 5월 29일 거래가 정지됐다.
최근 오스템임플란트가 거래 재개되고 관계사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를 싱가포르 기업에 7200억원어치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투자자 기대는 부푼 모양새다. 하지만 지난 2월 코스닥위원회가 코오롱티슈진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의결한 결과 속개(판단 보류) 결정을 내린 상태라 주주들은 재차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자진퇴출’ 맘스터치, 상폐 그 후는
국내 햄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는 지난 5월 31일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 됐다. 지난 2016년 10월 6일 KTB3호 스팩과 합병을 통해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이후 6년 만에 스스로 물러난 셈이다.
상장사로 기업 정보를 내보여야 하는 점에 부담을 느껴 취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왔다. 혹여 한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연쇄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재매각을 목적으로 한 행보라는 판단도 있었다. 실제 지난 21일 맘스터치 최대주주인 케이앤파트너스는 BOA메릴린치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며 매각 절차에 시동을 걸었다.
매각 대상은 케이엘앤파트너스가 맘스터치 인수 당시인 2019년 12월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 한국 에프앤비홀딩스 보유 지분 78.18%로, 맘스터치는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폐지를 오는 8월 중 완료할 계획이다. 이후 자사주를 제외한 의결권 지분 전량을 보유하게 된다. 희망 매각가는 약 1조원이다.
'4년연속 적자' 소리바다, 회생절차 개시
국내 1세대 음원 유통 플랫폼 소리바다는 끝없이 추락 중이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끝에 주식 거래가 정지됐고, 지난 4월엔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지난 1998년 설립돼 국내 최대 음원 공유 서비스로 몸집을 불려왔던 소리바다는 연이은 저작권 분쟁 등으로 사업 모델 전환을 시도했으나 경쟁에서 밀리며 경영상태가 급속히 악화됐다. 2020사업연도 회계감사 결과 감사범위 제한을 이유로 ‘의견거절’을 통보받으며 2021년 5월 17일부로 거래가 멈춘 상태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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