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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R의 공포' 대기업을 뛰게 하라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24 18:37

수정 2022.07.24 18:37

[강남시선] 'R의 공포' 대기업을 뛰게 하라
'잔치는 끝났습니다. 이젠 숨죽이고 지켜볼 때입니다.'

삼성전자, 포스코 등 2·4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한 대기업 관계자들조차 걱정투성이다. 위기경영이나 비상경영을 밥 먹듯이 달고 살았던 대기업들이라 '또 앓는 소리 한다'고 할지 모르겠다. 필자도 10년간 대기업을 담당하면서 수없이 겪었던 반응이다. 특히 삼성은 지난 10년간 비상경영이 아니었던 적을 꼽기 힘들 정도다.


그러나 이번엔 단순한 엄살이 아니다. 눈앞에 닥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는 충분히 위협적이다. 당장 외환위기 때에 버금가는 상황이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3고에 경제 전반이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실물경제의 근간인 생산·소비·투자 지표가 모두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가 충북 청주에 계획했던 메모리반도체라인(M17) 신규 투자를 무기한 보류한 게 대표적이다. 4조3000억원을 투입해 2~3년 뒤 메모리 수요 확대를 내다본 선제투자였다. 4조원대 투자는 반도체 업계에서 소규모 투자다. 하지만 SK하이닉스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그만큼 불안하다는 증거 아니겠는가.

국내 배터리업계 1위인 LG에너지솔루션은 1조7000억원 규모의 미국 배터리 생산라인 투자계획을 재검토한다고 한다.

두 기업 모두 '앞으로 닥칠 불확실성이 가늠이 안된다'는 게 투자 연기의 이유다. 미국 연준이 28년 만에 '자이언트스텝'(0.75%p 금리인상)을 밟은 영향이 컸을 것이다. 금리 덕에 달러는 초강세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지만 R의 공포는 국내 대기업들을 단숨에 집어삼키고 있다.

금리인상은 소비침체로 이어진다. 소비가 위축되면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 기업들의 투자위축은 당연한 수순이다. '미국이 재채기 하면 한국은 몸살을 앓는다'는 국제경제의 통설이 재연되고 있다. 국제경제를 쥐고 흔드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원치 않지만 경기침체는 확실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이 와중에 대우조선해양의 하청노조 파업이 51일 만에 타결된 건 참 다행이다. 지난 수년간 고비를 넘겨온 조선업계다. 하반기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등 잇단 수주 낭보에도 불법점거로 납품차질이 심각했다. 파업이 더 장기화됐다면 조선업계 연쇄부도까지 이어질 수 있는 큰 문제였다.

노사 문제의 대명사인 현대차 노사가 4년 연속 무분규 임금협상에 합의한 것도 반가운 일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향후 20년간 250조원 규모의 반도체 11개 라인 증설계획이 알려졌다.

정부도 법인세 인하와 기업들의 신규 투자에 대한 세제감면 대책을 내놨다.
시의적절하다. 다만 국회에서 21대 후반기 원 구성이 합의된 만큼 경제활성화와 민생 법안부터 최우선 처리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제 국회의 시간이다.

cgapc@fnnews.com 최갑천 산업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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