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차관칼럼

[차관 칼럼] 4차산업 기술과 기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24 18:37

수정 2022.07.24 18:37

[차관 칼럼] 4차산업 기술과 기상
4차산업의 신기술이 거의 모든 산업계를 변화시키고 있는 지금, 기상산업을 포함한 기상·기후업무 또한 이 거대한 물결 안에서 변화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기상업무의 대표적 분야인 예보는 이미 이 흐름의 중심에 놓여 있다. 현재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예보에 접목되기 시작했다. 예보는 지난 150년 동안 현재까지 세 단계의 큰 변화가 있었다.

근대 기상이 시작되고 날씨예보는 주관적 예보 시대로 그 막이 올랐다. 일기도가 개발되면서 예보관들은 일기도를 통해 한눈에 현재의 날씨상황을 파악하고 과거의 통계자료를 고려, 향후 날씨를 예측했다.
따라서 예보관마다 일기도의 해석과 현재 관측자료, 과거 통계자료를 종합한 내용이 다를 수 있었다.

이런 주관적 예보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수치예보를 통한 객관적 예보를 다음 단계로 정착시켰다. 수치예보는 대기를 물리방정식들로 표현하고 그 방정식들을 시간에 따라 적분함으로써 미래의 대기상태를 계산해 숫자로 나타내는 것이다. 이 계산이 매우 방대하기 때문에 슈퍼컴퓨터라는 도구가 필수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1980년대에 들어서 슈퍼컴퓨터의 성능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수치예보의 결과는 예보 정확도 면에서 획기적 도약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예보센터에서 수치예보가 중심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분위기에서 당시 기상학계에서는 큰 논쟁이 시작됐다. 향후 30년 후에는 예보관이 사라지고 수치예보가 예보관을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과 그래도 예보관이 최종 예보의 가치를 완성하게 될 것이라는 대립이었다.

논쟁이 시작된 지 한 세대가 훌쩍 지난 현재 전 세계에서 객관예보인 수치예보를 주도구로 사용하면서도 예보관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이는 수치예보도 완전한 예보의 정답이 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예보의 세 번째 단계는 4차산업 기술, 특히 인공지능과의 접목이다. 이미 굴지의 IT기업인 IBM과 구글이 각각 유수의 기상회사들을 합병했다.

기존의 예보 기술에 4차산업 기술을 도입해 새로운 패러다임의 예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예상보다 개발 속도는 더디지만 조만간 이 거대한 자본의 회사들이 각국의 날씨예보에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 기상청도 이와 같은 상황을 인지해 4차산업 기술을 도입함은 물론 우리 고유의 독창적 기술까지 접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보 기술뿐만 아니라 관측·기상 산업에도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하는 방향전환을 시작했다.

그러나 4차산업 기술을 기상 기술에 접목하기 위한 고급인력 활용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고임금의 첨단기술 인력을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인력 공급체계 등 탈출구를 찾아야 할 때다.


세상에는 아무리 여건이 어려워도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기상 분야에서는 예보를 포함한 기상기술과 인공지능 등 4차산업 기술의 접목이 그중 하나다.
기상청 전 직원은 새로운 거대한 물결인 4차산업 기술을 성공적으로 도입해 세계 선도기상청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유희동 기상청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