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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가 운항 방해"… 항공업계, 통신업계 주파수 요청에 우려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25 17:58

수정 2022.07.25 19:33

美이통사 3.7㎓ 이상 도입 추진때
"주파수 신호 간섭으로 안전 우려"
항공사들 미국행 운항 취소하기도
과기부, 종합 검토 후 할당 결정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티웨이 등 항공기가 세워져 있다. 뉴시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티웨이 등 항공기가 세워져 있다. 뉴시스
새로운 5세대 이동통신(5G) 서비스 주파수가 전파교란 등으로 항공기 운항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에 이어 국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통신업계가 미국 이통사들처럼 3.7㎓ 이상 5G 주파수 할당을 요청하자 항공업계에서는 항공기 이착륙시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T는 3.7㎓ 이상 5G 주파수(자사용 3.7~3.72㎓ 대역 20㎒폭, KT용 3.8~3.82㎓ 대역 20㎒폭)를 경매로 할당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종합 검토한 뒤 주파수 할당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는 3.7㎓ 이상 주파수가 항공기 전파고도계에 신호 간섭을 일으켜 이착륙을 방해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4.2~4.4㎓ 대역을 사용하는 전파고도계는 비행기 고도를 측정하는 장치로 안개 등 시야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착륙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10% 오차가 적용될 경우 3.78~4.84㎓까지 대역폭이 확대될 수 있는데 이 때 5G 주파수와 겹치면서 신호 간섭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항공업계 주장이다.

앞서 미국에서도 AT&T, 버라이즌 등 미국 이통사들이 'C밴드'로 불리는 3.7∼4.2㎓ 대역 5G 서비스를 도입하려 하자 세계 각국 항공사들이 안전 문제를 이유로 미국으로 가는 항공편을 취소·변경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한항공도 미국 공항에서 5G 주파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여객기인 보잉777 대신 787을, 화물기는 보잉 747-8 대신 747-400을 투입했다.

이 같은 소동이 일자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이통사들이 내년 7월까지 공항 인근에서 C밴드 대역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항공사들이 이 기간까지 C밴드 대역 영향을 받지 않는 전파고도계 등을 달도록 했다. 다만 기기 교체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정해진 게 없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이사회에 속해 있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FAA 결정에 반발했다. 미국 무선통신산업협회(CTIA)는 "C밴드 주파수로 인한 신호 간섭으로 항공기 안전을 우려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에서도 이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관련 법안이 등장했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항공기 전파 교란 방지를 위해 주파수 대역 확보 관련 사안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관계 행정기관 장과 협조한다는 내용을 담은 항공안전법 개정안을 지난 19일 대표발의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FAA 매뉴얼에 따라 국내 항공사들도 미국을 오가는 중대형 기종에 대해서는 전파고도계 교체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며 "보잉, 에어버스 등 항공기 제조사에서도 전파고도계 교체와 관련된 개발과 작업을 진행 중이며 연말쯤 윤곽이 나온다고 해 교체 비용 산정은 그 후에나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FAA 등에서도 아직 방침이 구체적으로 정리 안된 부분이 있다"며 "국내 주파수 할당 문제도 미국에서 구체적인 방향이 나오면 이를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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