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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역환율전쟁의 결과는 경기침체?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25 18:18

수정 2022.07.25 18:18

[fn광장] 역환율전쟁의 결과는 경기침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들이 환율전쟁을 하면서 수요를 부양했다. 그 결과 경기는 회복되었지만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이제 미국을 선두로 역환율전쟁을 하고 있는데, 이는 경기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

환율전쟁이란 수출 경쟁력을 유지할 목적으로 자국의 통화가치를 경쟁적으로 떨어뜨리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미국이 먼저 환율전쟁을 시작했다.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은 적극적 재정·통화정책으로 내수를 부양했다.
그래도 수요가 충분히 늘어나지 못해 돈을 더 풀어 달러 가치 하락을 유도했다.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였다. 주요 선진국 통화에 대한 달러지수가 1998년 3월 말 101.5에서 12월에는 94.2로 7.2% 떨어졌다.

달러 가치 하락으로 엔 가치가 급등했다. 2007년 3월 말 123.2엔이었던 엔·달러 환율이 2011년 9월에는 77.1엔으로 37.4%나 상승했다. 일본의 디플레이션 압력이 더 심화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일본이 돈을 풀면서 환율전쟁에 가담했다. 2013년 한 해 일본의 본원통화증가율이 45.8%나 증가했다. 그 이후 엔 가치가 떨어지면서 2015년 말에는 엔·달러 환율이 124.2엔에 이르렀다.

1923년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었던 독일 때문에 유럽중앙은행(ECB)은 환율전쟁에 쉽게 뛰어들지 못했다. 그러나 ECB만 돈을 찍어내지 않으면 유로 가치가 올라가 수출 경쟁력이 저하된다. 2015년 ECB가 본원통화를 40.1%나 증가시키면서 환율전쟁에 가담했다.

2020년 코로나19 영향으로 경기가 급격한 침체에 빠지자 선진국들이 순서를 가리지 않고 다시 환율전쟁을 시작했다. 미국의 본원통화가 2020년 2월부터 2021년 12월 사이에 85.6%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ECB 본원통화 증가율은 93.3%로 미국보다 더 높았다.

이런 환율전쟁의 결과는 인플레이션이었다. 올해 6월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 대비 9.1%나 상승하면서 거의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6월 유로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8.6%로 1997년 관련통계 집계 이후 최고였다. 그래서 이들이 금리를 올리고 통화공급을 줄이면서 자국 통화가치 상승을 모색하고 있다. 통화가치가 상승하면 수입물가가 떨어지고 국내 물가가 전반적으로 안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역환율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역시 미국이 먼저 역환율전쟁을 시작했다. '자이언트스텝'까지 단행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기준금리를 올해 3월에서 6월 사이에 1.50%p나 인상했다. 이 기간에 달러 가치가 주요 선진국 통화에 비해 8.2% 상승했고, 유로와 엔 가치는 각각 6.6%와 18.0% 하락했다. 이에 따라 이달에 ECB가 기준금리를 0.50%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올해 들어서는 일본의 본원통화도 정체 상태에 머물고 있다.
당분간 이들 선진국의 물가상승률이 통화정책 목표로 제시한 2%를 훨씬 웃돌 것이기 때문에 금리를 더 인상하면서 자국의 통화가치 상승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경쟁적 환율전쟁의 결과로 경기는 회복되었지만, 각 경제주체의 부채가 크게 늘었고 각종 자산가격에 거품이 발생했다.
이제 시작되고 있는 역환율전쟁은 자산가격 거품 붕괴와 더불어 심각한 경기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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