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동/아프리카

"튀니지 개헌 국민투표, 92.3% 찬성…투표율 27.5% 그쳐"-출구조사

뉴스1

입력 2022.07.26 07:56

수정 2022.07.26 07:56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25일(현지시간) 북아프리카 튀니지가 실시한 개헌 국민투표에서 92.3%의 국민들이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개헌안에 찬성했다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다만 투표율이 27.5%에 불과해 실효성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튀니지 여론조사업체 시그마콘세일이 이날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 92.3%가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이 주도한 개헌에 찬성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잠정 투표율은 2011년 아랍의 봄 혁명 이후 실시된 전국 선거 가운데 가장 낮은 27.5%였다.

이번 개헌은 1년 전 집권한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이 주도한 것으로, 대통령에게 의회 해산권과 군 통수권, 판사 임명권 등을 부여하는 내용이 골자다.

통과 시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 정부 인사들을 임명할 권리도 갖게 된다.
2024년 5월까지인 임기 안에 '임박한 위험'이 닥칠 경우 대통령이 임의로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대통령이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에 걸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야권은 2011년 아랍의 봄 혁명의 발원지였던 튀니지가 이번 개헌으로 인해 독재 정치로 회귀할 수 있다면서 국민투표 참여 자체에 대한 보이콧을 벌였다. 이 때문에 투표에는 사이에드 대통령의 지지자들만이 참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었다.

집권 이후 의회와 반목하고 사법부를 무력화한 사이에드 대통령의 이른바 '명령 통치'는 한때 유권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지만 심각한 경제난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국민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사미아라는 한 여성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투표하러 가느니 차라리 이 더운 날을 즐기고 싶다"면서 가족들과 함께 수도 튀니스 근처 라 마르사의 해변으로 향했다.

튀니스의 한 카페 밖에 서 있던 사미르라는 남성은 투표에 관심이 없다며 "사이에드는 아무것도 바꾸지 않을 것이다. 그는 권력을 가지려고만 한다"고 지적했다.

그래도 젊은 층 사이에서 사이에드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굳건하다.

국민투표에 참여한 일리스 무자헤드라는 한 남성은 사이에드 대통령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며 "튀니지를 붕괴로부터 구하러 왔다"며 "수년간의 부패와 실패로부터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튀니지를 '아랍의 봄' 혁명의 유일한 성공 사례로 간주하던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은 튀니지의 새 헌법과 관련해 아직 이렇다할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튀니지는 민주화 이후 국민들의 삶이 오히려 더 궁핍해졌다.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튀니지 재정 적자 폭은 국민 총생산 GDP의 11.5%에 달해 40년 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지난해 실업률은 18%인데다 공공부문에서는 임금 지급이 지연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올해 물가상승률은 7.8%를 기록했다. 특히 밀 수입량의 50%를 우크라이나에서 들여오는 튀니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밀 가격이 10여 년 만에 정점을 찍었다.


현재 튀니지 정부는 IMF로부터 40억달러(약 5조200억원) 규모의 대출을 확보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튀니지 정부는 이를 위해 임금 동결, 공공부문 채용 중단, 에너지·식량 보조금 삭감, 국영기업 지분 일부 매각 등이 포함된 개혁안을 발표했다.


AFP통신은 이번 협상이 튀니지에 더 많은 경제적 고통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사이에드 대통령에 대한 여론의 향방을 가르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