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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모델 신차 1년 기다리느니
진열된 차도 괜찮다는 구매자들
색깔·옵션 안따지고 바로 계약
수요 몰리자 대기명단 생기기도
#. 김모씨(60대)는 현대자동차 대리점에 전시된 아반떼 '전시차'를 계약하기 위해 대리점을 찾았다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새로운 전시차가 들어왔다는 소식을 들은 지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이미 해당 전시차 계약이 끝나고 그 뒤에 대기순번까지 걸려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김씨는 "전시차를 사려고 대기표까지 받아야 하는 줄은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진열된 차도 괜찮다는 구매자들
색깔·옵션 안따지고 바로 계약
수요 몰리자 대기명단 생기기도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난으로 신차 출고가 늦어지자 전시차 구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미 계약자가 있지만 후순위 등록을 위해 2~3번까지 대기번호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인기 모델 상당수는 전시장에 차가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주인이 정해진다. 전시차 물량이 풀리면 각 대리점에서는 신차 계약을 해 놓은 고객에게 먼저 전시차 구매 의사가 있는지 묻고 판매를 진행한다. 기아 대리점 관계자는 "전시차가 새로 배정되면 5~10분 만에 계약이 마감된다"며 "전시차가 들어왔다고 연락하면 색깔, 옵션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사겠다는 손님이 정말 많다"고 말했다.
기아의 인기 차량 스포티지는 현재 전국의 기아 대리점과 지점 670여곳 중 94곳에 전시차가 있지만 무옵션 차량을 제외하고 대부분 판매계약이 끝난 상태다. 신차 출고까지 11~18개월이 소요되는 모델이기에 더욱 경쟁이 치열하다. 계약 후 출고까지 10~16개월이 소요되는 현대차 아반떼 역시 전국에 294대의 전시차가 있지만 대부분 계약이 완료된 상태다.
대기번호를 받더라도 전시차를 계약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먼저 계약한 고객이 차량을 포기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데다 추후 같은 모델·색상·옵션을 갖춘 전시차가 대리점에 들어올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전시차 배분방식을 보면 국내사업본부가 전시 차종과 물량을 결정해 지역본부에 배분하면 지점과 대리점에 나눠 보내는 식으로 이뤄진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리점의 크기, 차종별 판촉 수요, 대기 기간 등을 모두 고려해 배정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시차 할인도 축소됐다. 30일 이상 전시된 차량에 한해 차량 가격을 일부 할인해주는데 현재는 조금이라도 빨리 차량을 인도하기 위해 전시차도 한 달을 채우지 않고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대리점 관계자는 "인기 모델은 거의 차량 할인을 받지 못한다"며 "그 대신 탁송료를 면제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와는 달리 전시차 할인을 적용하지 않아도 수요가 폭발적인 상황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인기 차종은 전시차를 계약해도 2~3개월이 지나야만 출고되는 경우도 있다. 고객에게 선보일 전시차조차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 달만 기다리면 받을 수 있다던 전시차도 몇 달을 기다리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기아 '쏘렌토'는 전시차가 부족해 두 달 이상의 전시기간을 채우도록 정해 놓은 지점 및 대리점이 상당수다.
현대차 관계자는 "출고적체 현상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시차의 인기도 점점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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