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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톡] 中 제로코로나, 정말 방역일까?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26 18:20

수정 2022.07.26 18:20

[차이나 톡] 中 제로코로나, 정말 방역일까?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불변의 진리다. 비판이 있으면 그같이 판단한 배경도 당연히 존재한다. 갑자기 하늘에서 계시를 받은 듯 상대방을 비방하지 않는다. 속내를 따로 둔 억지 주장이든, 정당한 지적이든 다르지 않다.

현재 중국의 초강력 코로나19 봉쇄정책인 제로코로나를 향한 시선이 그렇다. 봉쇄 후폭풍은 외국 기업들에 생산중단, 영업손실, 가족과 생이별 등 많은 고통을 안겨줬다. 정말 완전한 방역이 정책의 목적인지 중국 안팎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베이징 준봉쇄가 한순간 풀렸던 7월 초 가족과 쓰촨성을 다녀왔다. 반감금 생활을 묵묵히 견딘 가족에 대한 일종의 위로 차원이었다. 중국에서 여행을 잘하는 법은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던 터라 어느 정도 각오는 했다. 여행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통제든 그저 수긍하거나 받아들여야 한다. 아니면 지역 혹은 아파트에서 자체적 격리와 같은 생활을 하다가 조용히 귀국하는 방법뿐이다. 중국은 제로코로나를 바꿀 생각이 없다.

하지만 통제는 일반적이지 않았다. 출발지점인 베이징 차오양구는 이미 이동이 가능한 저위험지역으로 하향 조정됐고, 지나온 동선도 중·고위험지역에 포함되지 않은 상태였다. 확진자도 나온 적이 없다. 그런데도 휴대폰 건강코드가 갑자기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옆에는 고위험지역을 다녀왔다고 중국어로 쓰여 있었다.

이렇게 되면 이동 길 곳곳에 설치된 검역·검색대에서 매번 설명과 함께 서류등록을 하고, 공안당국의 처분을 기다려야 한다. 짧게는 10여분, 길게는 30여분이다. 시간 지체로 예약했던 숙소는 포기했다. 몇 번은 벽에 기대어 여권을 든 채 사진도 촬영했다. 미국 범죄영화에서 피의자가 번호판을 들고 사진을 찍는 것과 비슷한 장면이다.

차량 안에서 기다리던 아이들과 눈이 마주쳤다. 참다 못해 집어든 휴대폰 너머에서 여행사는 "혹시 무슨 일을 하느냐"고 오히려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그래서 공안이 고객님의 여행정보를 모두 받아간 것 같다"고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특파원 신분을 문제 삼았다는 의미다.

기자들은 비자가 다르다. 그리고 쓰촨성으로 행정구역이 변경된 옛 티베트는 독립 문제로 중국 정부가 민감하게 여기는 지역이다. 결국 붉은색의 건강코드는 감시에서 놓치지 않기 위한 그들만의 안전장치로 이해됐다. 지켜보고 있다는 경고의 성격도 있다. 말로만 듣던 건강코드 조작이다.

비슷한 시기 한 지역 방역당국은 마을은행 예금주들의 건강코드를 붉은색으로 바꾸는 조작을 했다가 들통이 났다. 항의 또는 시위를 막기 위한 주민 통제수단으로 악용했다.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나지는 않는다.
오해가 있다고 변명해도 명백한 사례와 근거가 있고 여러 차례 반복되면 의도적인 거짓말이다. 외국 기업의 비판은 이유가 있다.
중국 정부의 통제 의도가 방역을 원하는 것이라면 진짜 방역에만 집중하면 된다.

jjw@fnnews.com 정지우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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