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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존 리를 보는 또다른 시선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27 18:20

수정 2022.07.27 18:20

[fn광장] 존 리를 보는 또다른 시선
지난달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불법투자 의혹으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는 기사가 보도되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대표직에서 자진하여 사임하였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잘못이 드러난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지면 된다. 그러나 조사 결과도 나오기 전에 마녀사냥식의 의혹 보도가 나왔다.

요즘같이 인터넷에서 정보가 넘치고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세상에서, 의혹을 단정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더 경계해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였다. 처음에 금감원 조사는 존 리 전 대표에 대한 조사가 아니라 메리츠자산운용에 대한 조사였다.
그런데 존 리 전 대표가 조사 표적인 것처럼 보도되고, 조사 과정도 너무나 신속하게 언론에 공개되었다. 군중의 입맛에 맞게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하니 여론 재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유명세의 대가 치고는 너무 혹독하다. 불법이라고들 의혹을 제기하나, 정확히 어떤 법을 어떻게 어겼는지는 아직 아무도 이야기를 못하고 있다.

존 리 전 대표를 보는 여러 가지 시선이 존재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의혹만을 가지고, 그동안 자본시장 발전을 위하여 노력한 성과를 폄하하고 철학까지 매도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가 주장해 온 금융교육의 필요성과 여성인재 활용은 글로벌 시장의 기본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존 리 전 대표는 금융교육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의 전도사 역할을 자처하였다. 그의 유튜브의 강연 내용을 보면 금방 알 수가 있다. ESG 중에서도 존 리 전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여성 문제였다.

필자가 존 리 전 대표의 강연을 처음 들은 곳은 몇 년 전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창립 3주년 포럼이었다. 토론자로 나선 그는 여성인재 활용은 기업 경영의 핵심이며, 이는 전 세계적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여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성장을 지속할 수 없는 기업들이 많아질 수 있어요"라고 경고하며, 담론에서 벗어나서 실천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 자산운용계에서 여성문제 해결을 주장하는 최고경영자(CEO)는 찾아보기 힘들기에 그의 토론 내용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2018년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가 여성 친화기업에 투자하는 우먼펀드를 제안했을 때 대부분의 자산운용사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거절했지만 존 리 전 대표만이 유일하게 우리의 제안을 받아주었다. 이렇게 더우먼펀드는 세상에 나왔고, 시판된 지 벌써 3년이 되었다.

박정임 더우먼펀드 운용매니저는 지난 3월 여성의 날 기념 이벤트에서 "시장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아직 의미 있는 증가는 아니지만, 공모펀드의 설정액이 줄어드는 시장에서 더우먼펀드는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시장 폭락 시기에도 평균을 상회하는 투자수익률을 기록했다.
다양성이 경쟁력으로 연결되고, 그것이 주가의 변동성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한국 주식시장에서도 입증한 셈이다. 존 리 전 대표가 주장해 온 금융교육의 필요성과 다양성의 가치들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자본시장 발전 및 기업의 성장을 위하여 중단 없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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