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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쌓이는 악성 지표, 경착륙 대응 매뉴얼 점검하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27 18:20

수정 2022.07.27 18:20

기대 인플레 역대 최고기록
경쟁력 높일 개혁 서둘러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준 본부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leekm@yna.co.kr)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준 본부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leekm@yna.co.kr)
물가·수출·성장률까지, 자고 나면 나쁜 기록들이 쏟아진다. 27일 한국은행은 소비자의 기대인플레이션율(향후 1년의 예상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7%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6월보다 0.8%p 높은 수치다.

2008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기대인플레이션율과 상승 폭 모두 최고와 최대 기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3%로 낮췄다. 내년 전망치는 2.1%로 석달 전보다 0.8%p나 내렸다. 올해보다 내년을 더 어렵게 본다는 뜻이다.

우리 경제가 이렇게 어려워진 이유는 새삼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설상가상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덮쳐 물가가 갑작스레 고공행진을 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선 금리인상이 불가피했고, 막 살아나던 소비를 위축시켰다. 26일 발표된 전분기 대비 0.7% 성장 기록은 그나마 최악은 면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앞으로 성장은 더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6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6.0으로 1개월 전보다 10.4p 하락했다. 지난 5월부터 석달째 내림세다.

무엇보다 암울한 것은 무역수지 적자 확대다. 올 적자 규모는 184억5800만달러로 200억달러 돌파가 목전에 있다. 수출은 아직 견조하지만 원유와 원자재 값의 상승으로 증가한 수입이 수출을 상회, 적자가 커지고 있다. 특히 대중 무역적자가 문제다. 28년 만에 첫 월간 대중 무역적자를 기록했던 지난 5월과 6월에 이어 이달도 적자가 예상된다. 중국의 경기둔화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지만 중국 산업의 고도화와 부품·소재 자급자족이라는 구조적 변화가 원인이라면 다른 각도에서 바라봐야 한다.

이런 마당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27일(현지시간) 정책금리를 또 0.75%p 인상할 것이 확실시된다. 우리 경제의 부담은 더 커질 것이다. 한미 기준금리가 약 2년반 만에 역전되어 투자자금이 국내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 가뜩이나 높아진 금리를 또 올리지 않을 수 없는 진퇴양난의 처지에 몰린다. 정부와 한은은 자금유출 가능성은 적다고 하지만 경계심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자금유출 외에도 미국의 금리인상은 환율을 올리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인플레이션과 경기후퇴가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첩첩산중과 같은 난국을 돌파하기 위한 뾰족한 단기대책은 당장 찾기 어렵다. 멀리 내다보며 정공법으로 차근차근 대응하는 도리밖에 없다. 수출주도형 국가인 우리에게는 산업경쟁력 강화가 최우선이다. 규제혁파와 노동개혁, 산업구조 개편, 세제 개편으로 민간부문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바닥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민관이 합심하여 불경기와 싸워야 한다. 외환위기를 겪었던 우리로서는 최악의 비상사태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급격한 환율변동과 달러유출 등에 대응할 매뉴얼도 점검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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