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7시 서울 합정역 인근 라이브 클럽 프리즘홀 앞. 30대 초반의 회사원 A씨는 줄을 서 있는 가운데도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무더위가 아직 가시지 않은 저녁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말이다.
이날은 홍대 앞 6개 공연장과 광흥창 역 인근 CJ아지트 등 총 7개 공연장에서 '제54회 라이브 클럽 데이'(라클데)가 열린 날. 밴드 '맥거핀'이 오후 7시 프리즘홀에서 포문을 열어 인디 팬들이 우선 이곳으로 몰렸다.
'라클데'가 대면으로 열린 건 2019년 10월25일 '제53회 라이브 클럽 데이' 이후 무려 2년9개월 만. 지난 2년간 음악업계, 특히 인디 신(scene)에 더욱 혹독했던 코로나19 때문이었다.
라이브클럽협동조합이 주최하는 '라클데'는 홍대 앞 청년 문화의 상징이다.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티켓 한 장으로 홍대 인근 20여 개의 클럽을 드나들 수 있었던 행사다. 2001년부터 10년간 진행되다 2011년 1월에 폐지됐다. 그러다 4년 만인 2015년 부활, 명맥을 이어왔다.
작년 12월 '라클데'라는 이름으로 공연이 열리기는 했다. 그런데 공연장마다 날을 달리해서 순차적으로 공연을 열었다. 또 객석은 스탠딩석이 아닌 지정석이었다. 전통적인 방식의 '라클데'는 아니었던 셈이다.
이에 따라 '제54회 라클데'가 같은 날 여러 공연장에서 동시에 스탠딩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인디 팬들이 들썩거렸다. 라인업 공개 전 판매한 '블라인드 티켓' 100장은 예매 오픈 즉시 매진됐다. 전체 예매 역시 '라클데' 전날 마감됐다. '불금'에 '라클데'까지 겹치면서 이날 홍대 앞은 젊은 층으로 북적거렸다.
너드커넥션의 팬이라는 20대 중반 여성은 "노래가 좋은 건 물론 서영주(보컬)의 유머 감각을 너무 좋아한다"고 했다. 스탠딩석인 KT&G 라이브홀의 객석은 예상대로 가득 찼고, 금세 열기로 차올랐다.
아디오스 오디오, 차세대 등 최근 주목을 받는 밴드들로 진용을 꾸린 클럽FF 역시 줄을 서는 곳이었다. 특히 밴드 '솔루션스'가 이날 다른 공연장의 공연이 모두 끝나는 오후 10시부터 하반기 클럽 투어 '2022 더 솔루션스 클럽 투어 : 나이브' 출정식을 이곳에서 진행해 인디 팬들의 관심이 컸다.
무엇보다 '라클데'의 묘미는 티켓 한장으로 같은 시간대 각기 다른 개성의 공연장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보울스와 해서웨이처럼 고급스런 팝 사운드를 들려주는 밴드를 만날 수 있는 벨로주 홍대, 사이키델릭하고 강렬한 사운드를 선보이는 줄리아 드림과 해리빅버튼가 공연한 컨벤트 라이브펍을 오가며 음악을 듣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해서웨이 음악으로, 부산 앞바다 파도에 몸을 실은 듯 기분 좋은 감각의 유영을 하고 공연장을 나섰을 때 시곗바늘은 오후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럼에도 홍대 주차장 거리는 불야성(不夜城)이었다. 솔루션스가 클럽 투어의 돛을 올릴 때 목격자가 되고 싶었지만, 클럽 FF 앞은 여전히 문전성시. 그래 역시 밴드 음악은 젊다.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인디음악계 관계자들은 다시 조마조마하는 심정이다. 이날도 공연장마다 방역에 힘썼다. 팬데믹 시기에 유독 음악업계에 가혹했던 기준들이 다시 적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 기간 문을 닫았던 홍대 앞 클럽들의 이름을 하나둘씩 거명한 관계자도 있었다.
한 클럽 관계자는 "'라클데'는 항상 위기였던 홍대 신이 왜 연대하고 어떻게 나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지속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계속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클데' 측은 향후 참여 클럽을 하나둘씩 더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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