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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 장수의 진입로, 아흔다섯살 고개 ['장수 박사' 박상철의 홀리 에이징]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28 18:18

수정 2022.07.29 14:09

Weekend 헬스
(3) 노인과 장수인의 구분
길어진 수명에 장수 인정연령 바뀌어
쉰살까지 사는 사람 적던 시대엔
회갑만 되어도 장수노인 인정
이젠 아흔다섯살이 장수연령 기준
이때 고비 못 넘기고 세상 떠나는 이 많아
영원한 MC 송해도 95세 나이로 별세
백세 장수의 진입로, 아흔다섯살 고개 ['장수 박사' 박상철의 홀리 에이징]
최장수 MC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고 국민 MC로 사랑을 받은 송해의 갑작스런 부음은 사람들에게 안타까움과 놀람을 줬다. 아흔 넘어서도 무대에서 젊은 사람들과 허물없이 어울리는 모습은 나이듦의 거룩함을 느끼게 하는 감동을 줄 뿐 아니라 연륜으로 쌓인 여유와 포용성에 옷깃을 여미며 존경을 보내게 했다. 그의 건강장수 요인에 대한 해설을 빈번하게 요구해와서 95세가 되면 우선적으로 인터뷰할 예정이었는데 그러지 못하여 아쉽기 짝이 없다. 굳이 95세를 고집한 이유는 적어도 아흔다섯살이 되어야 장수인으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을 규정하고 장수를 인정하는 연령 조건은 간단하지 않다. 널리 통용되는 65세 규정은 생물학적 근거에 의하지 않고 정치적 목적에 의하여 임의로 정하여졌다.
독일수상 비스마르크가 사회주의 풍조에 맞서 제국을 수호하기 위해 1889년 65세 이상의 주민은 국가가 책임지고 보장한다는 노인복지정책을 발표한 이래 묵시적으로 65세 이상이 노인으로 규정됐다. 그러나 60세를 노인으로 규정하는 국가들도 아직 많다. 일괄적 노인 규정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사회적 대응을 위하여 연령별로 구분할 필요가 대두하고 있다. 고령 인구가 크게 증대되면서 연령대에 따른 신체적 정신적 기능에 큰 차이가 있음이 분명해져 갔다. 특정 연령이상을 무조건 노인으로 규정하여 사회적 활동을 제한할 것이 아니라 연령을 세분하여 차등화한 공적 책임과 의무를 담당하게 하는 방안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일부 학계에서는 65세 이후를 약로(若老, Young Old), 75세 이후를 중로(中老, Old Old), 85세 이후를 상로(上老, Oldest Old)로 구분하고 있다. 고령화가 가장 심한 일본에서는 노인연령을 75세 이상으로 상향하자는 신노인운동이 히노하라 시게야키 선생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인간의 장수를 인정하는 연령도 크게 변하고 있다. 평균수명이 50세가 되지 못하던 시절에는 회갑인 60세도 장수였으며 70세에 이르면 조정에서 일정 품계 이상의 노인은 기로사(耆老社)에 등록하고 양로연을 배풀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최장수지역으로 알려진 오키나와에서는 96세를 장수연령으로 정하고 가지마야(風車)라는 축하잔치를 베풀고 이후 사망하면 천수(天壽)했다고 인정하는 전통이 있다. 장수라는 개념은 지역과 전통에 따라 상대적으로 수용되어 왔다.

초고령자 조사에서 현실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연령확인이다. 초고령자의 경우 국내외적으로 연령 과장이 심하기 때문에 국제학회에서는 백세인 관련 보고를 할 때 반드시 연령 확인에 대한 원칙과 근거를 밝혀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여년 전 처음 백세인 실태를 조사하면서 만난 분들은 1890년대 공적 기록이 미비한 시절 출생하였으며, 최근 백세인까지도 한일합방 직후 호적 시스템이 체계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출생하여 공적 연령 확인이 간단하지 않았다. 더욱 백세인 대부분은 문맹이어서 연령 인식도 명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태평양전쟁과 6·25전쟁으로 징병기피용의 연령기만도 많았고, 높은 영아사망율로 출생신고 늦추는 경향이 있어서 실제 연령에는 변수가 많다. 보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의 연령체계 자체가 여러 가지로 나뉘어 있어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음력나이와 양력나이만이 아니라, 출생하면 바로 한 살로 여기는 전통적 연령시스템과 대립되는 서양식 연령시스템이 혼재되어 있어 연령확인 시 세심한 조심이 필요하다. 백세인의 경우 연령 확인을 위해서는 당사자의 출생연도 간지를 확인하고 첫째 자식의 연령 확인이 중요하다. 과거에는 십대에 조혼하여 이십이 되기 전에 출산하는 일이 보통이었기 때문에 객관적 검증이 보다 쉬운 첫째 자식의 연령은 매우 중요한 지표이다. 그리고 이웃이 있으면 반드시 그분들과의 관계에서 연령을 사회적으로 재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확인된 백세인을 대상으로 분석이 이루어져야 진정한 백세인 조사로 인정된다. 확인절차 여부에 따라 현재 우리나라 복지부와 통계청이 발표하는 백세인 숫자가 크게 차이가 나고 있다. 연령확인 과정에서 백살이 미처 못되었지만 이미 주위에 백세인으로 알려져 온 분들이 많다. 백세인 조사한다고 찾아가서 나이가 한두 살 차이가 난다고 조사하지 않고 나오기도 민망할 때가 많다. 그래서 백살 가까운 분들은 모두 조사하기로 결정하고 컷트라인을 정한 것이 95세였다.

그런데 실제로 현장에서 보면 95세라는 연령은 매우 중요한 전환점임을 알 수 있다. 95세 고개를 넘어서면 바로 백살로 진입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고 이 연령대 부근에서 수많은 분들이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흔하게 본다. 바로 최빈사망연령 구간이 장수의 선진국이라는 일본·프랑스 등에서도 92세 부근이며 우리나라도 이에 근접하고 있다. 95세 바로 직전 연령이 최빈사망연령이라는 사실은 이 고비를 넘기가 쉽지 않다는 증거이다.
따라서 이 고비를 넘어선 분들을 장수인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분들도 연령에 따라 95세 이상을 준백세인(semi-centenarian), 100세 이상은 백세인(centenarian), 105세 이상은 준초백세인(semi-supercentenarian), 110세 이상을 초백세인(supercentenarian)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미 세상은 백세시대를 넘어서서 초백세시대로 진입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대비하여야 할 때가 오고 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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