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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사죄 위해 캐나다 방문한 교황, 퀘벡 한 성당서 미사 집전

뉴스1

입력 2022.07.29 06:31

수정 2022.07.29 06:34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과거 가톨릭 교회가 운영하는 기숙 학교에서 발생한 원주민 아동 학대 사건을 사과하기 위해 캐나다를 방문한 가운데, 퀘벡의 한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교황이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세인트 안느 드 보프레 성당에 도착하자 수많은 원주민과 인파가 몰렸다.

교황이 미사를 집전하기 시작하자 원주민 여성 두 명은 "칙령을 철회하라"는 현수막을 펼치기도 했다. 앞서 15세기 로마 가톨릭은 신대륙의 원주민이 소유한 땅을 차지해도 좋다는 칙령을 내린 바 있다.

지난 24일 '화해의 여정'을 위해 캐나다에 방문 중인 교황은 앨버타주 서부의 옛 기숙학교 부지를 방문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특히 많은 교회 신도들과 종교 공동체가 문화 파괴와 강제 동화 정책에 무관심으로 동조한 것에 대해 겸허하게(humbly)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캐나다에서는 18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 약 15만 명의 퍼스트네이션스·매티스·이누이트 원주민 아동을 동화 정책의 일환으로 강제로 기숙학교에 수용했다. 학교 시설에서 원주민 아동은 잦은 폭력과 학대로 신음해야 했다.

지난해 5월 이후 1300개의 이름 없는 묘지가 기숙학교 현장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캐나다의 진실화해위원회에 따르면 원주민 아동 약 4000명 이상이 기숙학교에서 방치되거나 학대받아 사망했으며, 기숙학교 중 상당수가 가톨릭 교회가 운영하는 곳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두고 '문화적 집단학살'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교황은 지난 4월 원주민 지도자들에게 사과했지만, 원주민 대표단은 교황이 직접 캐나다를 방문해 사과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었다.
저스틴 트뤼도 총리도 교황이 방문해 역사적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교황은 지난 13일 캐나다에 방문해 인구가 많은 도시인 에드먼턴, 퀘벡, 이칼루이트 등을 방문하겠다 약속했고, 이를 실천하고 있다.


이 같은 교황의 사과에 캐나다 원주민 단체 등은 "희망의 메시지"라며 "지속적인 화해와 치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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