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이 7월 29일(이하 현지시간) 시가총액에서 경쟁사인 AMD에 밀렸다.
지난해 엔비디아에 반도체 시총 1위 자리를 내준데 이어 이번엔 AMD에도 시총이 밀리는 수모를 겪었다.
인텔이 최대 수혜주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는 미국의 반도체 지원 법안, 일명 칩스법안이 상하원을 통과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만 남겨 둔 상태에서 인텔은 전날 장 마감 뒤 발표한 저조한 실적과, 어두운 실적전망으로 29일 폭락하며 반도체 시가총액 2위 자리마저 AMD에 내줬다.
■ 1위→2위→3위, 계속 밀리는 인텔
CNBC에 따르면 인텔은 이날 시가총액이 1480억달러 규모로 쪼그라들어 1530억달러를 기록한 AMD에 반도체 시총 2위 자리를 빼앗겼다.
지난해 인텔을 제치고 시총 기준 반도체 1위 자리로 올라선 엔비디아는 시총이 4540억달러에 이른다.
AMD가 전일비 2.80달러(3.05%) 뛴 94.47달러로 마감한 반면 인텔은 이날 3.40달러(8.56%) 폭락한 36.31달러로 주저앉았다.
인텔에게서 1위 자리를 앗아간 엔비디아는 인텔과 직접 경쟁하지는 않지만 AMD는 다르다.
엔비디아가 그래픽 중앙처리장치(GPU)에 치중하는 반면 인텔과 AMD는 PC용 중앙처리장치(CPU)와 서버용 반도체 시장에서 자웅을 겨루는 맞수다.
인텔이 AMD에 시가총액에서 밀렸다는 점은 CPU, 서버용 반도체 시장에서 AMD에 점점 밀리고 있는 시장 흐름을 나타내는 상징의 의미가 있다.
■ 중간에 낀 인텔
인텔은 주로 설계에 치중하는 미국 반도체 업체들과 달리 설계와 생산을 병행한다.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생산시설도 함께 갖고 있어 이번에 의회를 통과한 반도체 지원법의 최대 수혜자로 지목되고 있다.
인텔은 생산역량을 확대해 다른 업체들의 설계를 받아 생산을 대신해주는 파운드리 사업에도 진출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평가는 박하다.
인텔은 뒤처진 생산역량으로 인해 생산 부문에서 생존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5월 분석보고서에서 앞으로 10년 안에 파운드리 시장이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의 양강 체제로 확실하게 자리 매김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지난달에 나온 또 다른 분석에서는 반도체 부문에서 가장 유망한 분야가 디램(DRAM) 반도체로, 이 시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러지 등 3개사가 완전히 장악해 신규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기서도 인텔은 보이지 않았다.
■ 설계 역량도 뒤져
인텔은 강력한 적수인 AMD에 비해 설계 역량도 부족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수년 전 까지만 해도 인텔 제품이 고가라는 점때문에 그 대안으로 각광받던 AMD 반도체는 이제 성능면에서 인텔 반도체를 앞지른다.
속도와 효율이 인텔보다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편 AMD는 오는 2일 2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AMD가 깜짝 실적을 공개하면 인텔과 AMD간 격차도 더 벌어질 전망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