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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집팔아 빚부터 갚을 판"…살인적 마통금리에 빚투·영끌족 '화들짝'[재테크 플러스]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02 05:00

수정 2022.08.02 05:00

[파이낸셜뉴스] #신용등급 956점으로 높은 수준인 직장인 A씨는 최근 마이너스통장 만기연장 계약 후 이자가 크게 올라 깜짝 놀랐다. 그동안 4.3% 이자의 마통으로 생활비와 주식투자에 활용했는데, 갑자기 6.5% 수준으로 훌쩍 뛰어오른 것이다. A는 "주변을 봐도 마통이 없는 직장인이 드문데, 앞으로 급할때 필요한 자금 융통도 쉽지 않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마이너스통장 신용등급별 금리 /그래픽=정기현 기자
마이너스통장 신용등급별 금리 /그래픽=정기현 기자

살인적인 마통(마이너스통장) 금리에 빚투, 영끌 투자자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최근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통상 1년 단위로 재개약하는 마통 금리도 폭발적으로 오르고 있어서다. 2년반만의 한미 금리역전으로 우리나라가 8월에도 기준금리를 추가인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이자부담은 더커질 전망이다.
주담대·전세대출·신용대출·마통 등 전방위 금리인상으로 개인들은 "주식과 집을 팔아 빚부터 갚아야 할 판"이라며 울상을 짓고 있다. 하지만 증시는 고점대비 20~30% 이상 하락해 손실이 크고, 주택시장은 거래실종 등으로 매도가 어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지고 있다.

마통 연장때 금리 2배 껑충…고신용 차주도 비명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연합뉴스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연합뉴스

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고금리시대를 맞아 주담대 부터 마통까지 이자부담이 가파르게 높아지면서 영끌, 빚투족들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증시는 20~30% 하락했고, 주택시장은 거래실종으로 자산을 팔지 못하고 이자부담만 커지고 있어서다.

신용점수가 높은 고신용 차주도 마통 대출이 기존 3~4%대에서 6% 중반대까지 오르면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마통은 통상 1년단위로 재연장 계약을 체결하는데 고금리에 따라 최근 재계약한 차주의 경우 금리상승에 깜짝 놀라는 상황이다. 마통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거나 주식 등 중·단기투자로 수익을 내기도 했는데, 이제 잘못투자해서 '물리면' 높은 이자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저신용자들은 더욱 참담하다. 저신용자 주요 시중은행 마통 금리는 최대 10~12%까지 치솟았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13~14%에 달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지난 수년간 '빚테크'가 미덕이었다면, 이젠 '부채다이어트'로 이자부담을 줄이는 생존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빚테크 시대서 '부채 다이어트 시대'로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영끌 부동산 소유자는 당장 고금리에 적극 대처가 쉽지 않다. 주택시장 거래실종으로 집을 팔고 싶어도 팔리지가 않는다. 이자 부담으로 급매로 팔기에는 손실이 더욱 크다.

문재인 정부시절 집값 급등으로 빚테크로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미덕이었다면, 이젠 부채다이어트로 이자부담을 줄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조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고점에서 '영끌', '빚투'로 주택을 산 사람은 난감하다. 과감한 손절매가 아니면 부동산시장 개선시까지 버틸 수밖에 없다"며 "고령화·저성장 기조속 금리가 계속 상승하진 않겠지만, 대출 이자가 부담된다면 대출을 슬림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매수자는 고금리와 윤석열 정부의 주택공급 기대로 향후 가격 메리트가 생길 때까지 관망세가 유리할 수도 있다. 주택시장이 하락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굳이 높은 가격에 모험 투자하는 것은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식시장도 빚투가 연초보다는 줄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월 3일 23조3284억원(금융투자협회 기준)에서 7월 28일 기준 18조4626억원으로 20.9% 줄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7월 17조원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베어마켓 랠리도 다시 18조원대로 올라섰지만 불안한 상황은 마찬가다. 코스피지수가 올해 장중 연중 최저치(2276.63)에서 최근 상승세로 2400선을 넘어서 빚투에 영향을 미쳤지만, 금리상승 부담은 지속되고 있다. 일각에선 중장기 투자자라면 주가 메리트가 생긴 지금이 투자적기라고 전망하기도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붕괴, 유가·물가 고공행진 등 위기요소가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

8월 기준금리 추가인상 우려…이자부담 커져

글로벌 공급망 사태와 원유 등 높은 에너지가격 영향으로 미국 뿐아니라 우리나라도 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대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9∼10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바 있다. 올해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기 대비 6.0% 올라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24년만에 가장 높았다.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9.1%로 1980년 11월(9.6%) 이후 40여년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운바 있다.

또 한미 금리역전으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8월에도 기준금리(2.25%)를 0.25%p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5월 빅스텝(0.5%p 인상)에 이어 6월과 7월에 두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0.75%p 인상)을 밟았기 때문이다. 미국 기준금리는 2.25∼2.50%로 높아져 한국(2.25%)을 넘어섰다. 이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원·달러 환율상승(원화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자본시장의 외국자본 유출 우려를 키울 수 있다.

이에따라 영끌 부동산 매수자들은 부동산이 하락기에 접어드는 분위기인데다 주택담보대출은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 등으로 속이 타고 있다. 4개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7월 29일 기준 4.44~5.63%로 주담대 고정금리 상단인 5.54%를 앞질렀다.
주담대 변동금리는 지난해 8월말(2.92~4.42%)과 비교해도 1%p 이상 상승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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