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구본영 칼럼] 길 잃은 교통방송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01 18:34

수정 2022.08.01 18:34

[구본영 칼럼] 길 잃은 교통방송
요즘 공영방송들이 구설에 오르고 있다. 엄밀히 말해 이들 방송 수장들의 위기다. 얼마 전 KBS, MBC, YTN, 연합뉴스 등의 중도·보수 성향 노조 모임인 '공영언론노동조합협의체'가 사장들의 퇴진을 요구했다.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이들의 거취를 둘러싼 시비처럼 보이지만, 내용상으론 공영방송들의 '공정성'이 논란의 초점이다.

세계적으로도 공영방송은 늘 공정보도가 숙명적 과제다. 그 점에서 미국의 PBS와 NPR 정도가 제구실을 한다는 평판을 얻고 있다.
올 들어 영국의 BBC와 프랑스의 텔레비지옹은 자국 의회의 수신료 동결·폐지 선언으로 궁지에 몰렸다. 그럼에도 시청자의 동정을 못 받고 있는 현실이 이 방송들의 진짜 위기일 것이다.

다른 나라 걱정할 계제도 아니다. 중국, 러시아 등 전체주의 국가를 빼곤 선진국은 대개 1~2개 공영방송이 있다. 반면 한국은 공영방송 천지다. 앞서 언급한 지상파와 뉴스전문 채널 이외에 EBS, KTV, 아리랑TV 등도 있다. 공적 지원을 받는 방송들인 만큼 정치적 편향성을 띨 경우 여론의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지역 공영방송인 서울교통방송(TBS)의 현주소가 그렇다. 이미 내부에서 수장인 서울시미디어재단 이강택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요구가 불거졌다. 지난달 18일 TBS 양대 노조의 조합원 대상 설문조사에서 압도적 다수가 그의 사퇴에 찬성했다. TBS에 대한 재정지원을 중단하려는 서울시의회 조례안이 부른 후폭풍이었다.

TBS를 둘러싼 논란의 중심엔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있다. 지난 정권에서 그의 편향적 보도는 수시로 입방아에 올랐다. 사정은 정권교체 후에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달 서울시의회에서 이강택 대표는 "(김어준 덕에) TBS 청취율이 높다"고 엄호에 나섰다가 "막장 드라마가 원래 시청률이 높다"(이종배 시의원)는 힐난을 들었다.

TBS는 서울시가 1990년 개국한 교통전문 방송이었다. 이후 박원순 전 시장 취임과 더불어 사실상 종합방송화됐다. 2020년엔 미디어재단이란 독립법인으로 재출범했다. 하지만 무늬만 독립일 뿐 매년 서울시로부터 300억원 넘게 예산을 지원받았다.

그러고도 TBS는 정파성 짙은 보도로 야당(국민의힘)의 반발을 불렀다.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오세훈 후보가 무려 16년 전 신은 '페라가모'를 기억한다는 제보자를 등장시킨 게 극명한 사례다. 오죽하면 '뉴스공장'이 문재인 정권 때임에도 2016년부터 2022년 4월 11일까지 방송심의위등으로부터 70여건의 지적을 받았겠나.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쓸모없다. 공영방송도 공영성을 잃으면 존폐론에 휩싸이게 된다. 일부 공영 보도채널의 민영화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TBS에 서울시 예산지원을 중단하는 조례안도 그런 차원일 게다. 더욱이 교통방송에서 '교통'이 뒷전으로 밀린 지 오래다.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내비게이션 앱을 내려받는 시대다. "교통정보를 위해 TBS를 듣는 사람은 거의 없다"(오세훈 시장)는 말이 백번 맞다.

그렇다면 시민의 편익과 동떨어진 정파적 방송에 혈세를 쏟아부을 까닭도 없다.
결국 TBS는 서울시의회가 제시한 유예기간 중 자구책을 찾아야 한다. 교육·문화 콘텐츠 중심으로 기능 전환이 대안일지도 모르겠다.
균형 잡힌 보도로 공영성을 높이지 못한다면 민영화 이외에 무슨 답이 있을까 싶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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