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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도 아깝지 않다"…'월클 모델'로 재미보는 금융사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03 05:00

수정 2022.08.03 05:00


금융사들이 '스타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그래픽=정기현 기자
금융사들이 '스타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그래픽=정기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금융권 스타 마케팅이 화제다. 10년 넘게 KB금융의 얼굴로 활동한 김연아, 2018년부터 하나금융과 연을 맺은 손흥민은 물론 우리금융의 새 모델 아이유까지 이른바 '대한민국이 가장 신뢰하는' 스타들이 금융권을 책임지고 있다.
하나금융 손흥민·우리금융 아이유 등 스타마케팅 활발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과거 금융사들은 진중하고 신뢰감을 주는 남성 중진 모델들을 기용해 왔지만 최근 스포츠 스타나 가수 등을 기용하는 등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스타 마케팅은 스포츠·방송·영화 등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스타를 내세워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는 마케팅 전략이다.
모델이 가진 이미지와 브랜드가 회사의 이미지로 이어지기 때문에 신뢰가 생명인 금융사로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실제 금융사들이 기용한 스타들은 '월드클래스(월클)' 광고모델이다. KB금융지주의 김연아, 하나금융지주의 손흥민, 신한카드의 BTS는 스타들이 날개를 달 때 금융사도 같이 날아올랐다.

이들의 모델료는 연 12억~15억원을 호가하지만 금융사들은 '없어서 못 쓰는' 상황이다. 당장 벌어주는 돈보다는 이미지 제고 목적이 강해서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손흥민과 김연아의 모델료는 연간 계약 기준으로 한 건당 12억원을 상회한다. 아이유도 현재 브랜드 신뢰도 최정상급 모델이라 유사한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KB금융은 김연아와 2006년부터 광고모델 계약을 이어오고 있다. 김연아는 선수 시절인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금메달,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김연아 효과'로 KB국민은행이 2014년 출시한 예금 상품은 한 달도 안돼 3000억원 한도를 전액 소진했다. KB금융 관계자는 "김연아는 선수 시절부터 KB와 후원 관계를 이어왔고, KB와의 브랜드 연상도가 높아 KB 이미지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우리금융 광고모델 가수 아이유 /우리금융 제공
우리금융 광고모델 가수 아이유 /우리금융 제공

하나금융그룹 광고모델 축구선수 손흥민 /뉴시스
하나금융그룹 광고모델 축구선수 손흥민 /뉴시스
당장 벌어주는 돈보다 '기업 이미지 제고'

하나금융그룹은 '손흥민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그룹의 스포츠 사업 전반을 총괄하고 있는 하나금융스포츠단은 2018년부터 손흥민을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손흥민은 2019년 아시아 베스트 풋볼러 선정을 시작으로 2020년 국제축구연맹 푸스카스상(올해의 골), 올해는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하나금융의 마케팅 효과도 따라 커졌다. 손흥민이 출연하는 하나금융지주 유튜브 영상은 공개 한 달 만에 1000만 조회 수를 돌파했다.

하나금융이 지난 6월 주선한 브라질, 칠레, 파라과이, 이집트와의 친선경기 4연전 예매를 진행한 모바일 앱 '하나원큐'의 하루 이용자 수와 설치 건수 역시 크게 늘었다.

최근엔 이미지와 수익을 동시에 제고하는 사례도 생겼다. 우리은행 얘기다. 우리은행은 아이유 모델 발탁 후 모바일뱅킹앱 '우리WON뱅킹'의 월 이용자 수(MAU)는 작년 말 564만명에서 올해 6월 말 기준 622만명으로 58만명 증가했다. 우리은행은 이를 기점으로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이라는 디지털 전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계열사별 스타 마케팅을 장려하고 있다. 최근 신한은행은 전속 모델이었던 배우 조승우와의 계약이 끝나고 후속 모델 찾기로 분주하다.
최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드라마 주인공 등이 물망에 오르는 걸로 알려졌으나 중장기적 효과의 관점에서 고민 중이라는 후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사 모델의 경우 안정성과 신뢰성을 둘 다 잡아야 해 선정이 어렵다"며 "페널티 조항 때문에 계약 진행 과정에서 엎어지는 경우가 꽤 많다"고 말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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