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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장단에 맞추나"… '오락가락 금리전망' 美연준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04 05:00

수정 2022.08.04 05:00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상반기에 4차례나 기준 금리를 인상하며 약 41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리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위원들이 올해 금리 방향을 두고 엇갈린 발언을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연준 인사들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 시사에 매수에 나섰던 투자자들은 다시 강경론 부각에 다급히 채권 매도에 나서야 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연준이 올해 안에 인상 기조를 바꾸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미국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정기현 기자
미국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정기현 기자

속도조절 예상 깨고 매파 본색 드러낸 연준

2일(현지시간) 국제 채권시장에서 거래된 미 국채 2년물 유통 금리는 이날 0.19%p 오른 3.06%를 기록해 6월 중순 이후 하루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3년물 금리도 0.22%p 올라 3%를 기록, 같은 기간 최대치로 올랐다. 채권 거래 가격은 만기 가치를 유통 금리로 깎아서 재는 만큼 이는 해당 국채 가격이 급락했다는 의미다.


채권 시장이 출렁인 이유는 연준 인사들의 또 다시 금리 인상을 암시하면서 고정 금액을 제공하는 채권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보는 투자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준 금리는 올해 1월만 하더라도 0~0.25% 구간의 이른바 '제로 금리'였다. 연준은 코로나19 이후 급격한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지난 3월에 금리를 0.25%p 올렸고 5월에는 22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한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연준은 그럼에도 물가상승률이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지난 6월에 금리 0.75%p 인상으로 '자이언트스텝'에 나섰다. 이는 28년 만에 처음이었다. 연준은 7월에도 자이언트 스텝을 반복했으며 현재 미국의 기준 금리는 2.25~2.5% 구간에 머무르고 있다. 연준이 이토록 짧은 기간에 이정도 수준으로 금리를 빨리 올린 경우는 1981년 당시 폴 볼커 연준 의장 이후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지난달 금리 결정 직후 인상 속도를 늦춘다고 예상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언젠가는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다른 연준 인사들은 이달 들어서는 계속해서 금리를 빠르게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 /연합뉴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 /연합뉴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 /연합뉴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 /연합뉴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 /연합뉴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 /연합뉴스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연준 산하 시카고 연방은행의 찰스 에번스 총재는 2일 기자들과 만나 오는 9월 20~21일 열리는 FOMC 회의를 언급했다. 그는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해 "0.5%p가 타당하다는 평가지만, 0.75%p도 괜찮다"고 말했다. 에번스는 9월에 기준금리를 0.5%p 올리고 올해 남은 11월과 12월 회의에서 금리를 각각 0.25%p씩 추가 인상,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3.25∼3.5% 수준으로 높여야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물가 지표가 개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면 "약간 더 높은 경로를 재고해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같은날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의 메리 데일리 총재도 물가 안정 회복까지 "갈 길이 멀다"면서 "(물가 억제를 위한) 우리의 일은 전혀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물가 목표 달성에) 여전히 단호하고 완벽히 단합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클리블랜드 연방은행의 로레타 메스터 총재는 워싱턴포스트(WP)를 통해 물가 상승 억제 목표를 달성했다고 말하려면 물가가 전월 대비 진정됐다는 "매우 강력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에 대해 "경기 침체가 닥치면 노동시장이 매우 빠르게 악화하는 것을 보게 되겠지만, 지금은 노동시장이 매우 건강하다"고 주장했다.

올해는 '매파' 득세, 내년에나 금리 인하 가능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금리 정책 성향과 2022~2024년 투표권 보유 현황./자료=인터치캐피탈마켓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금리 정책 성향과 2022~2024년 투표권 보유 현황./자료=인터치캐피탈마켓

FOMC는 7명의 연준 이사와 12명의 연방은행 총재로 구성되며 이 가운데 이사 전원과 뉴욕 연방은행 총재는 매년 FOMC 투표권을 행사한다. 나머지 11명의 총재는 해마다 4명씩 돌아가면서 투표권을 받는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금리는 투표권을 가진 그 해 FOMC 위원 12명이 결정한다. 이번 7월 FOMC 회의에서는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연준 이사회의 공석이 전부 들어차 7명 모두가 투표에 참여했다.

현재 상시 투표권을 가진 위원 8명 가운데 4명은 중도, 2명은 시장 개입과 통화 완화를 추구하는 '비둘기파'. 2명은 시장 원리와 통화 긴축을 원하는 '매파'로 알려져 사실상 균형을 이루고 있다.

나머지 4명의 경우 클리블랜드의 메스터와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의 제임스 불러드 총재가 매파로 불린다.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의 에스더 조지 총재도 중도 매파로 분류된다. 2022년에는 원래 보스턴 연방은행의 에릭 로젠그렌 전 총재가 투표권을 받았지만 지난해 주식 스캔들로 물러나면서 필라델피아의 패트릭 하커 총재가 투표권을 대행했다. 그 역시 매파로 불린다. 올해 하반기에는 새 보스턴 연방은행 총재에 중도 성향의 수전 콜린스가 취임하면서 다시 투표권이 보스턴으로 넘어간다.

이처럼 올해 연준은 시작부터 매파로 기울어졌다. FOMC는 정례회의를 마치면 2차례에 1번씩 위원들의 점도표를 공개한다. 점도표는 위원들이 주관적으로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미래 기준 금리를 각자 점으로 찍어 표현한 그래프다. 지난 3월에 FOMC 점도표에서 올해 연말 금리 중간값은 1.9%였으나 6월에는 3.4%로 올랐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지난 1일 투자자 보고서에서 "시장은 연준이 방향을 바꾸고 정책을 곧 완화할 수 있다는 희망에 강세를 나타냈다. 이런 낙관론은 우리가 보기에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블랙록 애널리스트들은 "연준은 여전히 금리 인상이 완만한 경기 둔화만 일으킬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아직 냉혹한 성장과 물가 상승의 상충 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물가 상승세가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올해는 기준 금리 인하가 어렵다고 내다봤다.

내년에는 연준의 방향이 바뀔 수도 있다. 2023년에는 시카고의 에번스, 필라델피아의 하커 뿐만 아니라 미니에폴리스의 닐 카시라기, 댈러스 연방은행의 로리 로건 총재가 투표권을 받는다.

카시라기와 에반스는 전형적인 비둘기파로 알려졌고 하커는 매파다.
올해 취임하는 로건은 아직 성향을 뚜렷하게 드러내지 않았다. 미 투자은행 에버코어의 크리슈나 구하 전략국장은 CNBC를 통해 "시장에서는 로건이 민감하게 중립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로건이 경제 안정이나 물가 상승을 내세우며 이례적인 매파 성향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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