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美경제추락에... '포춘 글로벌 500' 中기업 첫 美 추월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04 11:13

수정 2022.08.04 11:37

美 경기침체 부진 속 중국은 국유·중앙기업으로 성장
그러나 中부동산 위기로 헝다 등 부동산업체 3곳 포춘 글로벌 500 제외
포춘 글로벌 500. 중국 매체 캡쳐
포춘 글로벌 500. 중국 매체 캡쳐

【베이징=정지우 특파원】포춘 글로벌 500에서 중국 기업의 전체 매출이 처음으로 미국을 추월했다. 미국 경제가 침체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사이 중국 정부가 국유·중앙기업을 전방위 지원한 덕분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중국 정부발 규제로 헝다(에버그란데)를 비롯해 부동산 기업 3곳은 순위 밖으로 나갔다.

4일 중국 매체 펑파이신문에 따르면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매년 발표하는 매출액 기준 세계 500개 순위에 중국 기업은 136개(홍콩포함)를 명단에 올렸다.

이들 기업이 포춘 글로벌 5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1%에 달한다. 기업수와 매출에서 중국 기업이 3분의 1 가까이 점유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기업들은 이로써 처음으로 매출 기준 미국 기업을 넘어섰다. 미국 기업들이 코로나19와 글로벌 공급망 혼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인플레이션 등에서 허덕일 때 중국은 정부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 국유·중앙기업 중심으로 매출을 늘렸다.

실제 중국 기업 136개를 보면 중국국가전력망공사,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 중국석유화공그룹, 중국건축그룹 등 국유·중앙기업이 상당수 차지했다.

국유기업은 자본 대부분을 국가재정에 의존하고 경영방침의 결정권을 국가가 장악하는 기업을 말한다. 중앙기업은 중국 중앙정부가 관리·감독하는 초대형 국유기업이다. 주로 전략·기간 산업이 포진해 있으며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관리한다.

최근 노르웨이에 이어 스웨덴, 독일까지 전기차를 공급키로 한 비야디(BYD), 후베이성 어저우시 화후공항에 화물전문공항 운영을 시작한 순펑(SF)홀딩스 등은 포춘 글로벌 500에 새로 진입했다.

반면 중국 부동산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매출이 급격하게 떨어진 중국 대형 부동산 기업 3곳이 포춘 글로벌 500 순위에서 밀려났다. 올해 명단을 올린 중국 부동산 기업은 뤼디홀딩스(125위), 비구이위안홀딩스(138위), 완커기업(178위), 중국폴리그룹(181위), 룽후그룹(412위) 등 5곳이다.

작년과 비교해 3개가 줄었다. 한 때 2위 부동산개발 업체였지만 중국 정부발 대출 규제에 자금난이 막히면서 무너진 헝다그룹(122위)과 융창중국(364위), 화룬부동산(470)이 나란히 이름을 넣지 못했다.

명단에 포함된 부동산 기업 5곳의 평균 영업소득은 다소 상승해 678억8000만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평균 이익은 28억7000만 달러로 전년대비 감소했다.

구체적으론 뤼딩홀딩스의 경우 영업소득에서 844억5000만 달러를 실현해 포춘 글로벌 순위를 17단계 건너뛰었다. 작년에 처음 이름을 넣은 룽후그룹은 346억3000만 달러의 영업소득을 거뒀다.

중국 부동산 업계 암흑은 정부 대출 제한 등 규제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 원인이라 게 통상적인 견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7년 ‘집은 거주하는 곳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다’는 기조를 선포한 이래 부채비율 대비 제한적 대출 허용 등 엄격한 규제를 시작했다.

이로 인해 수백개의 크고 작은 부동산 업체가 파산했다. ‘부동산 불패’ 신화에 올라타 금융기관 돈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문어발식 확장을 했지만 규제 때문에 돈줄이 막힌 탓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커얼루이 연구센터는 경제매체 제일재경에 “1~7월까지 상위 400개 부동산 회사가 운영 압박에 시달렸고 투자는 정체 상태에 직면했다”면서 “토지 취득도 국영기업과 중앙기업이 주도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 전문가들은 ‘산업화·도시화 완성’이라는 다소 엉뚱한 곳에서 배경을 찾았다.
시 주석의 3연임이 3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는 것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에서 시 주석은 절대 권력이다.


포춘 중국판인 차이푸는 보고서에서 경제학자 왕즈러의 말을 인용, “개혁·개방 이후 대규모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을 거치면서 부동산 업계, 건축 자재, 금속 제품, 건설 등 업종이 빠르게 부상해 선두 그룹을 형성했다”면서 “그러나 산업화·도시화가 거의 완료된 이후 이들 기업의 경영 실적이 하락해 일부 퇴출되고 중국 기업 전체의 수치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