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외국인 'K-채권 사랑', 한미 금리 역전에도 계속된다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07 06:00

수정 2022.08.07 06:00

[파이낸셜뉴스] 미국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기점으로 한국(연 2.25%)과 미국의 기준금리(연 2.50%)가 역전됐지만 외국인들의 원화채 쇼핑은 지속되고 있다. 한국의 펀더멘탈 대비 채권 가격이 싸다고 판단한 외국인들의 원화채 매수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외국인 원화채 순매수 월별 규모 /그래픽=정기현 기자
외국인 원화채 순매수 월별 규모 /그래픽=정기현 기자

외국인, 나흘만에 원화채 1조9000억 순매수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1~4일 원화채 현물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1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미국 FOMC 정례회의가 열린 7월 28일(한국시간)을 전후로 채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순매수세와 순매도세가 번갈아 나타났다. FOMC 당일 외국인들은 원화채 3888억원어치를 순매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7월 외국인의 원화채 순매수 규모는 6조2000억원으로 원화채 매수 기조가 압도적이다.


이달 들어서도 순매수세 기조는 여전히 뚜렷하다. 특히 이달 2일 하루 만에 외국인은 원화채 1조780억원를 순매수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원화채 매수세가 둔화했지만 이탈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7월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으로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이탈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외국인의 원화채 사랑은 이를 무색하게 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물 시장뿐 아니라 지난해 10월부터 외국인의 국채 선물 매수가 꾸준했다"면서 "외국인은 한국의 펀더멘탈을 보고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한미금리 역전을 크게 신경 안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한국의 원화채 가격이 저렴하다는 인식이 강하다"면서 "FOMC 이후 인플레이션이 고점에 달했다는 인식까지 퍼지며 한국 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원화채 저점 매수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지난 2일 하룻동안 1조원 넘게 원화채를 순매수할 정도로 외국인의 원화채 매수는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우리나라 원화채를 주로 담는 기관은 안정적 자금 운용을 목적으로 하는 해외 연기금과 중앙은행이다.

유통시장에서 채권을 사고팔아 매매차익을 누리기보다 높은 금리의 원화채를 보유함으로 만기에 수익률을 향유하는 것이 목적으로 채권 투자에 있어 나라의 기초체력을 중요하게 본다.

한국은 동일한 신용도(AA급)을 보유한 국가 대비 금리 수준이 수 배나 높은 편으로 투자 메리트가 높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말 연준의 기준금리 전망치는 3.25%,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전망치는 2.75% 수준이다. 또 예상되는 연준과 한국은행의 최종 기준금리 수준은 연 3.756%, 연 3.0%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한미 금리 역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지만 외국인의 원화채 순매수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투기적 거래 많은 국채선물 시장, 기술적 매도 신호도 해소
국제 금값이 미 달러 가치 및 국채 금리의 하락에 힘입어 온스당 1천800달러 선을 회복한 5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직원이 골드바를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국제 금값이 미 달러 가치 및 국채 금리의 하락에 힘입어 온스당 1천800달러 선을 회복한 5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직원이 골드바를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투기적 목적으로 거래하는 국채 선물 시장에서도 외국인의 이탈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외려 시장 전문가들은 국채 선물시장에서 기술적 매도 신호도 해소되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국내 현물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약 10% 수준이지만 국채 선물 시장에서는 44% 비중을 차지한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채선물 매매는 투기적 목적으로 선물을 거래하는 외국인의 비중이 높아 역사적으로 20일 이평선 흐름과 밀접하게 연관돼 움직여 왔다"면서 "외국인의 국채선물 순매도는 선물가격이 20일 이동평균선(이하 이평선)을 하향 돌파할 때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의 대량 매도가 발생했던 5~6월 당시 사전에 이평선 조정신호가 발생했고 실제 외국인의 대량 매도로 이어진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스러운 점은 7월 진입 후 국채 선물 시장에서 기술적 매도 신호는 해소됐다"면서 "새로운 모멘텀이 없다면 외국인의 (국채선물) 순매수 전환 압력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매수패턴으로 방향성이 형성되면 12만~15만계약 수준까지 꾸준히 순매수를 쌓아가는 점을 보였다는 점도 긍정적인 포인트"라고 덧붙였다.

외국인 국채투자 비과세…원화채 비중 확대 전망

외국인의 원화채 투자를 끌어올리기 위한 정부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2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비거주자, 외국법인의 국채 등 이자·양도소득 비과세 제도가 신설됐다. 국채 등에 대한 수요 기반 확대를 위해 정부가 제도적 지원에 나선 것이다.

해당 제도는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현행법상 국고채 이자소득의 경우 14%의 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김명실 연구원은 "(해당 제도는) 과거 2009년 처음 도입 이후 과도한 해외자본 유입으로 인한 원화 강세 우려가 불거지면서 1년 반 만인 2011년 1월 폐지가 됐었다"면서 "제도는 12년 만에 부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화 자금 유치를 통해 원·달러 환율의 급등을 제어하려는 목적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세계 3대 채권지수 중 하나인 WGBI 가입도 채권 시장에 외국인 투자를 끌어오는 중요 동인으로 꼽힌다. WGBI에는 미국·영국·일본·중국 등 주요 23개국 국채가 편입됐다. 이 지수의 추종 자금은 2조5000억 달러로 추산된다.

최근 기재부와 글로벌 지수 사업자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간 실무자 회의를 통해 한국 국채의 WGBI 가입에 대해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WGBI 편입을 위해 갖춰야 할 정략적 기준을 충족한 상태이다.

정량적 기준은 국고채 발행잔액 액면가 500억 달러 이상(2021년 12월 기준 국고채 발행잔액 6600억달러),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준 신용등급 A- 이상, 무디스 기준 신용등급A3 이상이다.

김 연구원은 "정량적 기준은 모두 충족했고 남은 과제는 정성적 평가가 남았다"면서 "정부가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FTSE가 요구하는 사항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오는 9월 (WGBI) 관찰대상국으로 등재되면 내년 9월에 최종 편입을 기대해 볼 수 있다"면서 "원화채 시장의 WGBI 편입이 성공적으로 완료될 경우 12~18개월 동안 국내로 유입될 수 있는 자금은 총 580억달러~700억달러(원화기준 75조~90조원)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발표 기준 원화채 보유 잔고는 3일 기준 약 234조원, 최근 3년간 월평균 순매수 규모는 7조3000억원이다.
산술적으로 유입 가능한 자금 규모는 현재 외국인 보유 잔고의 35%에 해당하는 매우 큰 규모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