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中 연일 '칩4' 견제구 던지지만…"美 주도 '칩4' 동참 불가피"

뉴스1

입력 2022.08.07 06:17

수정 2022.08.07 06:17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생산 시설을 둘러본 후 연설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5.2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생산 시설을 둘러본 후 연설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5.2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하원의장이 지난 3일 경기 평택시에 위치한 오산 미 공군기지를 통해 입국하고 있다(주한미국대사관 트위터 캡처) 2022.8.4/뉴스1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하원의장이 지난 3일 경기 평택시에 위치한 오산 미 공군기지를 통해 입국하고 있다(주한미국대사관 트위터 캡처) 2022.8.4/뉴스1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간에 놓인 한국의 입장도 난처해지고 있다. 재계에선 미국과의 반도체 동맹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양국 사이에서 한국의 몸값을 더욱 높이는 한편 견제 수위를 높이는 중국을 달래는 게 앞으로 관건이 될 것이란 조언이 나온다.

특히 모든 전자제품은 물론 무기 시스템에도 다량 들어가는 반도체가 경제를 넘어 안보 이슈의 정중앙에 서면서 미국이 구상중인 '칩4(미국 한국 대만 일본)'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지난달 말 미국 의회에선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 10년 동안 중국 등 '우려국가'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반도체법이 통과됐다.
낸시 펠로시 미 국회 의장은 최근 대만 방문 당시 반도체법에 대해 "양국의 반도체 산업 협력에 좋은 기회"라며 중국 견제 수위를 높였다. 미국은 한국에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한 '칩4(한국 미국 대만 일본)' 동맹에 대한 참여 여부도 제안한 상태다.

중국 정부는 한·미 반도체 동맹에 대한 견제를 연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9일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당사자(한국) 측이 글로벌 반도체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정을 수호하는 데 도움되는 일을 하길 희망한다"며 한국을 압박했다. 그는 지난달 26일에는 "(칩4를 통해) 인위적으로 국제무역 규칙을 파괴하며 전세계 시장을 갈라놓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관영 언론을 통해선 보다 노골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계열사 글로벌타임스는 논평을 통해 "만약 한국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다면 득보다 실이 클 것임은 분명하다"고 협박조로 주장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사설을 통해선 "지난해 한국의 반도체 수출 중 중국·홍콩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라며 "이렇게 큰 시장과 단절하는 건 상업적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며 위협하기도 했다.

지난 5월 미국이 통상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결성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한국이 참여를 결정했을 당시 중국은 정부 차원의 입장 표명을 자제하면서 직접 비판하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 칩4와 관련해선 발언 수위가 계속 높아지는 양상이다. 한국이 미국과 경제협력을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반도체는 현재 미·중 기술패권 구도에서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급소'로 간주되는 만큼 협력을 최대한 막으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모든 전자제품·자동차에 들어가는 등 산업 영역의 핵심인 동시에 무기·항공 등 안보 영역에서도 꼭 필요하다"며 "반도체 산업의 무력화는 자국 산업·안보의 무력화로 이어질 수 있기에 자국 반도체 산업을 한국·일본·대만과 단절하려는 칩4는 중국 입장에선 매우 현실적인 위협"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에선 미국 주도의 칩4에 동참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미국의 반도체 설계·장비가 없다면 애초에 중국에 팔 반도체를 만들 수도 없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화웨이가 미·중 갈등 이후 반도체 기술 제재를 받으면서 추락한 사례도 있다. 단순히 중국에 반도체를 많이 파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미국과의 동맹 강화로 중국과 기술 격차를 벌리는 것이 추격에서 벗어나는 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을 서로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몸값을 더욱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미국이 오라고 해서 따라가지 말고, 중국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칩4에 가입하는 것인 만큼 우리 정부는 손실에 대한 지원을 해달라고 미국과 협상할 수 있다"며 "중국도 당장은 견제 수위가 높지만 현실적으로는 한국 반도체 제품을 당장 대체할 수 없기에 과거 사드 배치 같은 보복을 걱정하기보단 강한 자세로 칩4 가입의 불가피함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관건은 손을 들어 줄 미국보다는 '중국 달래기'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칩4 결성으로 향후 반도체 수급 차질을 우려하는 중국에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을 약속하는 등 배제하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현안보고에서 "미국도 한국이 중국과 긴밀한 경제 관계가 있음을 이해하고 있다"며 "'칩4'는 산업 증진에 방점을 둔 협력으로 중국을 겨냥·배제하는 게 아니며 국익 차원에서 종합적인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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