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온다예 기자 = 성 비위로 징계 절차를 진행할 땐 가해자의 방어권 행사보다는 피해자 보호를 우선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검찰 공무원 A씨가 검찰총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여성 사무원과 수사관들을 상대로 성희롱 발언을 일삼고 직원들에게 술자리를 강요하는 등 공무원으로서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2019년 5월 해임처분됐다.
대검찰청 보통징계위원회가 인정한 A씨의 징계 사유에는 성희롱을 비롯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한 갑질 등 총 33건의 비위 혐의가 담겼다.
A씨는 해임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을 제기했다가 기각당하자 2019년 9월 검찰총장을 상대로 해임취소 소송을 냈다.
A씨는 자신의 언행이 친밀감이나 호의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성희롱을 할 고의성은 없다고 주장했으나 1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원고의 비위행위는 다수의 취약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것일뿐만 아니라 성 관련 비위에 해당하고 원고가 담당하던 직무와 일정 부분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비위 정도가 가볍지 않다"며 원고패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1심을 뒤집고 A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원고승소로 판결했다.
검찰이 제출한 진술서 등 관계 서류에는 피해자 실명이 지워져 있거나 한글이 아닌 영문자로 기재돼 있었는데, 2심은 이를 두고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아 A씨의 방어권이 침해됐다고 지적했다.
A씨가 각 징계혐의 사실을 다투고 있는데도 처분 때부터 행정소송 절차에 이르기까지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A씨가 피해자 진술을 탄핵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지 못해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징계혐의가 서로 구별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돼 있고 징계대상자가 징계사유의 구체적인 내용과 피해자를 충분히 알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피해자의 실명 등 구체적인 인적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징계대상자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지장이 초래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희롱 피해자의 경우 2차 피해 우려가 있어 실명 등 구체적 인적사항 공개에 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성 비위 관련 징계절차에서 방어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땐 통상의 경우보다 더 엄격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성비위 관련 징계대상자의 방어권 보장과 피해자 인적사항 특정 정도 사이의 관계에 대해 명시적으로 판시한 첫 사례"라며 "향후 하급심에서 동종 유사사건의 판단기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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