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여가부 진퇴양난, 대통령 폐지 압박에 '자기 목에 방울달기'

김현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07 15:12

수정 2022.08.07 15:12

조직개편 TF서 기능 강화·역할 재정립 요구 많아 尹대통령 제대로 된 개편 지시 없어 우왕좌왕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오른쪽은 김대기 비서실장.(대통령실 제공) 2022.7.25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오른쪽은 김대기 비서실장.(대통령실 제공) 2022.7.25

[파이낸셜뉴스] 여성가족부가 윤석열 대통령이 지시한 폐지 로드맵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다. 여가부는 그동안 폐지와 관련해 현장과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청취해 왔다. 하지만 오히려 폐지보다는 기능 강화, 역할 재정립을 원하는 현장의 요구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부처 간 밥그릇 싸움으로 번질 조직 개편안을 규모가 작은 여가부가 스스로 내놓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고양이가 제 목에 방울을 달 수 있겠냐는 것이다.

7일 정부에 따르면 여가부 내에 6월17일 마련된 조직개편 전략추진단(TF)은 폐지 로드맵을 수립하기 위해 전문가나 내부 직원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현재까지 듣고 있다. 단장을 포함해 5명으로 구성된 이 TF는 여가부 폐지·개편 방안 마련을 위해 꾸려졌다.

하지만 TF가 마련한 전문가와 직원 간담회에서는 윤 대통령의 주문과 달리 여가부의 폐지를 우려하거나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로 진행된 한 전문가 간담회에서는 '중앙부처 차원에서 지방을 견인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며 여가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얘기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여가부는 최근 광역지자체장에 의한 권력형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후, 지방자치단체의 조직 내 의사소통 양상 등을 점검하는 '양성평등 조직문화 진단' 사업 등을 진행 중이다. 간담회에서는 정부(여가부) 없이 지자체가 스스로 권력형 성폭력 사건 등을 점검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가 나온 셈이다.

차관 주재로 진행된 여성학회 간담회에선 오히려 '여가부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여가부가 스스로 숨통을 조이는 폐지안을 만들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도 로드맵 방향성에 대한 구체적인 언질도 없이 폐지 메시지만 뚜렷이 내놓은 상황이라 여가부 직원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윤석열 정부가 여가부 폐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 방향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성평등과 여성 정책에 철학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경우 여가부를 폐지하고 다른 부처로 기능을 이관하면 비슷한 일을 다른 사람이 할텐데 굳이 무리해서 폐지를 강행해야 하냐는 지적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지율이 추락한 윤 정부가 '이대남' 등의 호응을 끌어내기 위해 여가부 폐지에 속도를 내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시한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여가부 폐지에 대한 국회 통과 여부다. 폐지 로드맵을 마련해도 국회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고 있어, 여권이 정부조직 개편에 협조를 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부처 통폐합 등 다른 정부조직 개편 과제들까지 여가부 폐지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여성단체 등 시민사회의 반발을 잠재우는 것도 숙제다.

여가부를 폐지하더라도 기존 사업은 차질없이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여가부의 시민단체에 대한 취약계층 지원사업은 사실상 멈춰 서 있는 상태다. 윤 정부는 여가부의 핵심적 기능이나 중요한 사업을 다른 부처로 이관하겠다고 발표 했지만 실제로는 진행하지 못해 이도저도 못 하는 상황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여가부 조직개편과 별개로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외계층에 대한 대안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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